20세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하나의 차량을 여러 브랜드로 출시하는 ‘리배징’이 너무나 당연한 시대였다. 실제 쉐보레의 차량이 캐딜락, 뷰익 그리고 폰티악 등 같은 GM 그룹의 다른 브랜드의 차량으로 판매되었고, 포드나 크라이슬러 역시 비슷한 전략을 펼쳤다.
그래서 그럴까? 무척이나 유니크한, 그리고 독자적인 캐릭터 성향을 명확히 가진 차량들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주인공, 올즈모빌 토로나도 역시 이러한 차량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올즈모빌 토로나도는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1966~1970 // 새롭게 등장한 전륜구동 쿠페, 초대 토로나도
1966년, 올즈모빌은 독특한 구성의 고급 쿠페 ‘토로나도(Toronado)’를 공개한다. 일부에서는 ‘토로나도’라는 이름이 별 뜻이 없다고도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스페인어의 ‘황소(Toro)’와 토네이도의 합성어라고 설명한다. 다만 브랜드 측에서는 공식적인 내용을 밝힌 적은 없다.
토로나도는 사실 등장하지 않을 자동차였다. 실제 토로나도는 올즈모빌의 디자이너, 데이비스 노스(David North)의 여러 습작 중 하나에서 시작되었고, 심지어 작은 체격의 쿠페 모델이었다. 그러나 GM의 새로운 대형차 플랫폼인 E-바디의 연구, 개발 과정에 양산이 결정되었다.
당시 자동차 디자인의 기조를 반영하면서도 올즈모빌 특유의 스타일이 더해진 대형 쿠페는 등장과 함께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볼륨이 강조된 펜더와 전륜구동으로 발생된 긴 보닛은 도로 위에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더불어 실내 공간에서도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어 고급스러운 감성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 다채로운 옵션 사양 및 여러 편의사양 등이 함께 마련되었다. 다만 차량 구성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다양하게 구성된 ‘라인업’이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닛 아래에는 V8 7.0L의 거대한 엔진이 탑재됐고, 터보-하이드라매틱 3단 변속기가 조합되어 전륜으로 출력을 전했다. 이외에도 모노코크 섀시에 서브프레임을 결합하고 전용의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해 안정감을 더했다.
덕분에 토로나도는 전륜구동의 쿠페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운동 성능으로 시선을 끌었다. 기본적인 가속 성능, 그리고 217km/h에 이르는 최고 속도도 준수했을 뿐 아니라 ‘언더스티어’를 억제해 주행 전반의 만족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었다.
한편 올즈모빌은 초대 토로나도를 공개하고 매년 연식 변경을 거쳤다. 특히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면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고, 편의사양 및 기능 등을 개선했다. 1968년형의 경우에는 엔진 및 주행 성능 개선 등이 더해지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1971~1978 // 더욱 고급스러운 쿠페로 거듭난 2세대 토로나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토로나도는 1971년, 2세대 모델로 이어지며 그 계보를 잇게 됐다. 초대 토로나도가 대담한 스타일의 스포츠 쿠페의 매력을 발산했다면 2세대 토로나도는 조금 더 여유롭고 쾌적한 스타일의 그랜드 쿠페의 매력을 과시했다.
특히 차량의 체격이 더욱 커졌을 뿐 아니라 디자인에 있어서도 보다 직선적이고 수직으로 그려진 프론트 엔드 등을 앞세우며 화려함을 과시했다. 이러한 디자인은 연식 변경을 통해 꾸준히 개선되었고, 실내 공간 역시 더욱 쾌적하고 고급스럽게 구성됐다.
특히 에어컨은 물론이고 AM/FM 라디오, 파워 트렁크 릴리스, 틸팅 및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 등 다채로운 요소들이 더해져 ‘화려함’에 힘을 더했다. 더불어 가변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전동 시트, 전동 창문 역시 도입되어 차량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이와 더불어 더욱 큰 체격과 무게로 거듭난 토로나도를 위해 차체 구조 및 서스펜션 등의 개선을 거쳐 ‘기술적인 완성도’를 더했다. 더불어 보닛 아래에는 여전히 매력적인 V8 7.5L 로켓 엔진을 조합해 특유의 대담한을 구현했다.
한편 2세대 토로나도 역시 출력 측정 방식 변화를 맞이해 V8 7.5L 표기된 엔진 출력이 대폭 줄었고, 전면가 후면에 5마일 범퍼(5mph) 등을 더했다. 참고로 1977년에는 V8 7.5L 로켓 엔진 대신 V8 6.6L 엔진이 탑재되어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1979~1985 // 더욱 작아진 고급 쿠페, 3세대 토로나도
오일쇼크, 그리고 각종 법안 및 규제의 등장으로 인한 ‘다운사이징’의 흐름은 토로나도에거 큰 영향을 주었다. 1979년 데뷔한 3세대 토로나도는 과거의 토로나도와는 완전히 다른 ‘작은 체격’, 가벼운 무게를 앞세웠다.
당대의 GM 및 미국 자동차들과 같이 더욱 명료하게 다듬어진 직선적 디자인이 돋보였다. 특히 2세대에서 피어난 고급스러운 쿠페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게다가 실내 공간에도 여러 요소들과 가죽 소재 및 각종 디테일들이 더해져 화려한 공간을 만들고 다채로운 편의사양이 더해져 만족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전보다 한층 작아진 체격으로 인해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이 다소 빈약했다. 게다가 V8 5.7L 엔진으로 고급 쿠페의 자존심을 살렸지만, 1980년 등장한 6기통 4.1L 엔진이 토로나도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 해당 사양의 ‘빈약한 가속 성능’은 지적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기술적인 발전은 인정 받았다. 실제 3세대 초기에는 터보-하이드라매틱 3단 변속기가 조합되었으나 이후 4단 변속기가 도입되었다. 여기에 캐딜락에서 빌려온 새로운 서스펜션 구조 덕분에 더욱 쾌적한 공간, 그리고 차량의 움직임 등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한편 3세대 토로나도는 ‘GM의 V8 엔진을 탑재한 바디 온 프레임 구조 전륜구동 대형 쿠페’의 마지막 중 하나다.
1986~1992 // 올즈모빌의 판단 실수, 그리고 4세대 토로나도
1986년 데뷔한 4세대 토로나도는 오일쇼크 및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작은 체격, 그리고 더욱 명료하고 간결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이는 올즈모빌의 착오였다. 실제 4세대 토로나도가 데뷔할 무렵 가솔린 소매 가격이 대폭 낮아지며 ‘대형 차량’이 다시 조명 받았기 때문이다.
4세대 토로나도는 3세대 토로나도가 거대해 보일 정도로 작은 차량이 되었고,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화려함’이 더욱 줄어들었다. 게다가 실내 공간애는 새로운 기술 요소 및 터치 스크린 등이 더해져 ‘기술적인 발전’을 이뤄냈지만 고급스러움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보닛 아래에는 V6 3.8L 엔진이 4단 자동 변속기와 합을 이뤄 전륜으로 출력을 전했다. 전체적인 밸런스, 그리고 완성도는 좋은 편이었지만 시장 환경이 달라지며 다시 한 번 더욱 크고 강력한 성능의 차량을 찾기 시작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엔 어려웠다.
GM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1990년부터 토로나도의 체격을 대폭 늘리고 새로운 기술 요소들을 더했지만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의 이목을 되돌리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도 올즈모빌은 토로나도를 꾸준히 개량하며 노력을 이어갔다.
한편 4세대 토로나도는 퍼포먼스 패키지 사양이라 할 수 있는 ‘토로나도 트로페오’가 존재했다. 트로페오 사양은 출력 개선은 없지만 스포티한 서스펜션 셋업, 그리고 다채로운 편의사양 등을 더하며 ‘토로나도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토로나도는 더 이상 '계보'를 잇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