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강제 폐교안' 15년 만에 가시화…국회 법안소위 통과

2025-02-20

영남권의 A대학은 지난해 교육부의 사립대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돼 올해 국가장학금 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10년 넘게 '경영부실' 판정을 받은 이 대학은 교직원 임금도 74억원 가량 체불했다. 참다못한 교수들이 2022년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재단은 소유 건물을 팔아 체불 임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금액이 맞지 않아 거래도 불발됐다.

A대학 같은 부실 대학의 폐교·해산을 강제할 법적 근거 마련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교육부가 재정 부실 대학에 대해 경영진단을 거쳐 학생모집정지‧폐교‧해산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15년만의 법안소위 통과…“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감”

부실 대학을 퇴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이후 국회에서 네 차례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해산장려금' 등 법안 내 폐교 유도 방안이 "비리 사학에게 퇴로를 제공한다"는 반대가 거셌다. 해산장려금은 청산 이후 남은 재산 중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돌려주는 돈이다.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학구조개혁’ 사업 등 부실 대학을 진단하고 이들 학교의 폐교를 유도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정책목적 달성엔 실패했다.

22대 국회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문정복 의원이 발의 단계부터 해산장려금 지급 내용이 들어간 법안을 냈고, 국민의힘 서지영‧김대식‧정성국 의원의 법안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어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었다. 법안소위에선 해산장려금의 명칭을 '해산정리금'으로 바꾸고 권고사항이었던 교직원‧학생에 대한 위로금 지급을 의무규정으로 변경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하면서 어떻게라도 부실 사학이 제 발로 문을 닫게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결과”라고 했다. 대학 입학자원인 만 18세 인구는 2015년 66만명에서 지난해 43만명으로 30% 가량 급감했으나 같은 기간 대학 입학 정원은 75만명에서 68만명으로 10%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해산정리금 먹튀” vs “폐교 유인책”

그러나 법 제정·시행까지는 교육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아있다. 아직 반대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명환 전국교수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현재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막대한 해산장려금(해산정리금)을 챙겨갈 대학이 존재한다”며 반대했다. 반면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경영진단원장은 “대학 자산을 정리한 뒤 남은 잔여재산 중 일부를 정리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라며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법안소위 통과에 “폐교·해산시 학내 구성원들이 겪는 부작용과 상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발을 뗀 것”이라며 “연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사립대재정진단을 통해 경영위기 대학을 선정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학 재정진단 결과, 280개 대학 중 14곳이 경영위기 대학으로 평가됐다. 일반대 중에서는 ▶경주대 ▶극동대 ▶대구예술대 ▶대전신학대 ▶제주국제대 ▶한일장신대 등 6곳, 전문대는 ▶나주대 ▶광양보건대 ▶국제대 ▶김포대 ▶동강대 ▶부산예술대 ▶여주대 ▶웅지세무대 등 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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