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문제예방치유원, 일부 기계 확률 조작 가능성 언급
여러 차례 실패 후 일정 횟수 '강한 힘' 설정되게 만들어
“법률상 도박행위 분류되지는 않으나 사행성 요소 있어”
17일은 '도박중독 추방의 날'이다. 일부 교육청은 최근 인형 뽑기의 사행성을 경고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가정통신문은 인형뽑기가 단순한 오락처럼 보이지만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청소년 도박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인형뽑기가 도박에 해당할까.
현재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인형뽑기 게임기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적용을 받는 오락시설이다. 단순한 오락기기 형태로서 선정성, 사행성, 폭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상태다.

다만 경품의 종류는 완구류, 문구류, 문화상품류, 스포츠용품류, 생활용품류 등으로 제한된다. 경품 가격 역시 1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그 이상일 경우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경품 가격이 1만원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
경품은 게임물의 경품 지급 장치를 통해서만 제공해야 하며 영업소 관계자 등이 제공해서도 안 된다. 이런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게임 난이도를 조정하는 등 기기를 개조하거나 변조해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 담당 관계자는 "관련 조항을 어기면 벌칙이 있고 벌칙자체가 매우 센 편"이라면서 "그러나 벌칙을 어겼다고 곧바로 도박이라거나 사행성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체부 산하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최근 각 학교 도박 예방 담당 교사 등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일부 인형뽑기 기계의 사행성 요소와 확률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러 차례 실패하도록 한 뒤 일정 횟수에 맞춰 '강한 힘'이 설정되도록 하는 등 성공 확률을 조작한 기계가 일부 있다는 것이다.
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인형 뽑기 기계의 도박성 및 사행성 여부에 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법률상으로는 도박이나 사행행위로 분류되지 않으나 인형뽑기 자체가 우연성, 보상의 불확실성, 중독유발 가능성 등 사행성 요소가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기기 개·변조 등 조작이 없다고 해도 우연성 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형 뽑기를 사행성 요인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뭘까.
무작위성(집게 힘 조절, 랜덤 성공), 확률 조작(특정 횟수마다 성공), 간헐적 보상(때때로만 성공해 반복 유도), 손실 추격(실패 후 재도전 유도), 기술 착각(요령이 있다는 착각 유도), 금전 보상(인형 재판매 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는 실제 인형 뽑기에 빠져 한 번에 몇만 원씩 쓴다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김모 씨는 "아이와 재미 삼아 뽑기방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2만~3만원을 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장 안에 보면 나만큼 쓰는 사람이 흔하고, 몇십만원씩 쓰는 것은 아니어서 사행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인형뽑기가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2017년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서 '인형 뽑기가 도박일까'라는 제목의 정책 뉴스를 통해 인형 뽑기가 위험한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용자 스스로 적당히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정책 뉴스에 따르면 법원도 ▲확률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때 ▲게임을 통해 얻은 경품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 때 ▲시간당 이용 금액이 1만원을 넘었을 때 등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도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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