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교육청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AI 평가 시스템 홍보 영상에서 교사를 AI 부속품처럼 묘사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교사의 전문성을 조롱했다”며 임태희 경기교육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16일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에 ‘2035 하이러닝’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하이러닝 AI 평가는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6월부터 전국 최초로 AI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했다며 홍보해 온 시스템이다. 학생의 손글씨 답안을 디지털 문자로 변환해 AI가 설정된 기준에 맞춰 답안을 자동 채점하고 피드백하도록 한다.


문제가 된 홍보 영상은 윤동주의 ‘서시’에 관한 시험을 본 뒤 학생들이 평가 결과에 이의신청을 하는 과정을 그렸다. 한 학생이 ‘화자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게 왜 틀리냐’고 묻자 교사 대신 하이러닝 AI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은 두려움이라기보단 자기 성찰과 도덕적 지향을 의미합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는 논리적 연결이 부족합니다”라고 답한다. 학생이 이어 “죽는 게 무섭지 않아요? 안 무서워요?”라고 묻자 AI는 “저는 사람이 아닌데요?”라고 말한다.
영상 속 교사는 AI가 답변을 대신 하는 동안 고개만 끄덕이거나 AI에게 모든 걸 떠맡기는 사람처럼 묘사됐다. 교사가 “이거 AI가 채점 도와준 거니까 너희들 할 말 없지?”라고 묻자 학생들은 “네”라고 답한다. 교사가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너희 좋은 결과 있을거야”라고 격려하지만 AI가 농담인듯 “빈말입니다. 동공이 흔들리고 음성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경기도교육청은 영상 마지막 장면에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 하이러닝 AI, AI는 데이터를 읽고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읽는다”는 문구를 넣었다.
영상은 AI 채점·피드백이 얼마나 기계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감상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는 데도, AI가 정해진 해답만을 해설처럼 읽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을 통해 합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과정이 모두 생략된 것이다.

교원단체들은 해당 영상이 “현장 교사를 모욕했다”며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영상은 교사를 기계의 부속품처럼 묘사하고 교육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교사의 진정성과 감정은 빈말로 축소되고 AI 시스템을 보조하는 존재로 표현돼 교사의 전문성을 조롱하는 모욕적 연출이었다”고 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육청의 성과 집착이 만들이낸 ‘교사 무시 홍보물’은 현장을 모욕하는 교육행정의 민낮”이라며 “홍보 영상의 기획·제작·승인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해당 영상 출연진은 경기도교육청 홍보대사 등으로 위촉된 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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