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호는 발사 성공 여부보다 안정적·주기적으로 발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올해 초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누리호 발사는 차세대 중형 위성을 싣고 반복 발사의 첫 시작을 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발사 주기를 단축하고 반복적으로 실험해야 한국 발사체 기술이 비로소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 비용을 절감하고 성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26일 항공우주 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로 우리나라도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향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우주항공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발사체 제조와 운영 전 과정을 주도한 만큼 누리호 발사의 성패와 관계없이 반복 발사와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한국형 우주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글로벌 우주 시장은 이미 ‘데이터 축적 경쟁’으로 이동했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은 2024년 121억 달러(약 17조 7000억 원)에서 2030년 296억 달러(약 43조 3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 데이터 서비스는 지구 관측 영상, 기후·환경 정보, 국방 감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산업계와 정부의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서비스로 ‘위성 반복 발사→데이터 축적→분석 고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이다. 자연히 더 많은 발사 경험과 데이터 자산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의 플래닛랩스와 맥사테크놀로지스는 연간 수십 차례의 발사를 기반으로 방대한 지구 관측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농업·도시계획·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미 상용화했다. 중국 역시 항공우주과기집단(CASC)을 중심으로 연간 50~60회 이상의 고빈도 발사를 이어가며 데이터 축적 속도에서 미국 다음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강력한 위성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 지역으로, 특히 유럽연합(EU)과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하는 ‘공공 중심 모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럽은 대규모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를 통해 센티널-1·2·3 등 수십 기의 공공 위성을 운영하며 기후, 환경, 재난 대응 데이터를 전 세계에 무료 개방한다. 여기에 에어버스·탈레스·OHB 등 민간기업이 고해상도 위성(Pleiades·SPOT) 제작과 상업 데이터 서비스를 맡아 공공 데이터를 보완한다.
이처럼 글로벌 위성 데이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번 누리호 발사는 한국이 후발 주자로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한국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기술 독립성은 확보했지만 정기적·고빈도 발사 인프라가 부족해 데이터 축적 속도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더디다. 그런 점에서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 과정을 주도한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우주산업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이번에 누리호에 실린 위성들은 이 같은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 확보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는 오로라·대기광 관측기(ROKITS), 전리권 플라스마 및 자기장 관측기(IAMMAP) 등 우주 환경 관측 장비와 우주 바이오 실증 장비(BioCabinet)를 탑재했다. 함께 실린 12기의 부탑재 초소형 위성들은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 검증 위성으로 반복 발사 체계를 위한 핵심 기술인 통신 모듈, 자세 제어 시스템, 초소형 카메라 등을 우주 환경에서 직접 시험한다. 일부 위성은 농업·해양·도시 환경 변화를 관측하는 임무도 수행해 지속 관측 데이터 확보에 기여한다. 또한 저궤도 통신 기술 실험을 수행하는 위성은 향후 한국형 우주인터넷, 사물인터넷(IoT) 통신망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본격적으로 위성 데이터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단계로 전환되는 시작점에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반복 발사가 정착될수록 한국도 글로벌 위성 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재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반복 발사는 신뢰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과제이지만 공백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누리호는 6차까지 반복 발사를 하면서 신뢰성과 비용을 지금보다 개선시키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는 시기까지 공백기에도 계속해서 누리호를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 축적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 성공] 누리호 4차 발사 성공…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내딛다](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20251127500997.jpg)


![[누리호 4차] 윤영빈 청장, "누리호 발사 빈도 높여 신뢰 쌓을 것"](https://newsimg.sedaily.com/2025/11/27/2H0M7IO030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