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뉴스페이스' 시대 신호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 성공은 300여개 국내 우주기업이 의기투합한 민간 기술력의 결과물이다. 체계종합기업부터 중소 부품기업과 민간 위성기업으로 이어지는 'K-우주 밸류체인'을 알렸다.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차 발사 비행모델의 구성품 제작 참여 기업 총괄 관리를 맡았다. 발사체 각 부분을 담당한 기업과 협업해 비행모델 제작을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종합업무 외에도 누리호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엔진 총조립을 담당했다. 총 3단으로 이뤄진 누리호의 1단 로켓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작의 75톤급 액체 엔진 4기, 2단에는 75톤급 액체 엔진 1기, 3단에는 7톤급 액체 엔진 1기가 장착됐다.

누리호 4호기의 엔진은 항우연 설계 도면을 토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실제로 제작하면서 세부 사항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개발됐다. 국내 일부 우주기업의 경우 소형 발사체 엔진을 자체 제작할 수 있지만, 누리호급의 중대형 발사체에 사용되는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50평 규모 창원1사업장 KSLV조립동에서 시험모델을 포함해 지난 2023년 5월 3차 발사에 사용된 엔진까지 총 46기의 누리호 엔진(75톤급 34기, 7톤급 12기)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축적된 기술력과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누리호 1호기 엔진 조립 당시 6개월 정도 소요됐던 제작 기간을 3개월 정도로 절반가량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예정된 5차 발사에서 비행모델 제작을 넘어 발사 운용 과정까지 영역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4차 발사 운용 과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해 사전 준비를 마쳤으며, 앞으로 기술이전 습득 상황 등을 고려해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지휘센터(MDC) 및 발사관제선터(LCC) 등의 참여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후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발사책임자(MD), 발사운용책임자(LD) 및 LCC 일부 콘솔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리호 4차 발사와 함께 우주로 향한 위성 13기도 뉴스페이스 시대 본격화를 알렸다. 이들 위성은 국내 산·학·연의 우주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결정체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총괄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 카메라 '로키츠(ROKITS)'와 한림대의 줄기세포 바이오3D 프린팅 장비 '바이오캐비넷',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의 우주플라즈마-자기장 측정장비 '아이엠맵(IAMMAP)'이 탑재됐다.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의 위성 '비천(BEE-1000)'은 자동화 단백질 결정성장 실험 모듈을 탑재, 위성 기반 미세중력 환경에서 바이오 실증을 한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자체 개발 위성 '세종 4호'를 통해 실시간 운영 체제와 비행 소프트웨어(SW) 우주 검증에 나선다. 이외 국내 우주기업 우주로테크는 우주쓰레기 저감을 위한 인공위성 임무 종료 후 폐기장치 실증을, 코스모웍스와 쿼터니언은 광학탑재체를 통한 지상관측 기술과 국산 위성 부품 검증 임무를 각각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에트리샛(ETRISat)'은 국내 최초 사물인터넷(IoT)용 위성이다. 저비용으로 통신 지연 없는 초소형 위성 기반 IoT 서비스 기술을 검증한다.

서울대(스누글라이트-III 하나/두리), 세종대(스파이론), 인하대(인하 로샛), KAIST(케이-히어로)는 기술 검증 및 우주기술 교육을 통해 우주 인재 양성에 기여한다.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플랫폼 1호(E3T-1)도 주목된다. 항우연과 국내 위성기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이 위성은 삼성전자 반도체 등을 탑재했다. 국내 우주용 소자·부품의 우주 환경 성능 검증을 수행다.

고흥=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