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법적 정년 65세 연장을 위한 논의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기업이 향후 ‘임금피크제’ 개편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각종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6년 60세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가 본격 도입되기는 했으나 모호한 법적 규정과 기업의 미온적인 대응이 맞물리면서 노사 간 법정 다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송현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4일 서울경제신문·법무법인 광장이 공동 주최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6회 리워크 컨퍼런스’에서 “정부의 단계적 65세 정년 연장에 맞춰 기업은 임금피크제 개편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지 또 근무 형태 변화 등 적절히 조치했는지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송 변호사가 정년 연장의 법적 쟁점으로 임금피크제를 지목한 것은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소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사유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 각각 107건·111건이었던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은 213건까지 급증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법적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데 따라 임금피크제가 도입됐으나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고 기업 대처가 미흡했던 탓에 오히려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한 셈이다.
송 변호사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기업은 모두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소송에 휘말렸다”며 “노사 사이 신뢰를 바탕으로 태동한 임금피크제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임금 체계를 둘러싼 각종 소송만 줄을 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비 없는 변화는 분쟁만 양산한다”며 최저임금과 관련된 분쟁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유급 주휴 시간을 어떻게 산입할 지 등의 문제가 부각됐다가 2016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해결 국면에 진입했다”며 “제도 정비가 조금 더 빨랐다면 (최저임금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큰 틀의 법적 변화와 동시에 촘촘한 하위 제도 변화가 동반돼야 법적 소송 등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송 변호사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단계적 정년 연장에 대비해 임금피크제 체제에서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는 물론 임금 삭감으로 마련된 재원이 ‘일자리 창출’ 등에 제대로 쓰일 수 있는지 등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정부가 구상하는 정년 연장 방안의 세 가지 원칙이 처음 공개됐다. 첫째는 정년 연장이 청년과 고령자 간 세대 갈등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권진호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정부의 중장년 고용정책’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과 상충되면 안 된다”며 “정년 연장이 청년이 취업하기를 원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일자리와 일부 상충된다는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둘째 원칙은 정년 연장이 대기업과 공공기관 혜택으로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이 임금 100을 벌면 중소기업·비정규직은 50~60에 불과할 만큼 임금 격차가 심한 상황이다. 정년 연장이 되면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의 임금이 더 늘어 노동시장 내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권 국장은 셋째 원칙으로 60세 정년 연장과 같은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다. 60세 정년 연장은 이날 송 변호사의 지적처럼 과도한 노사 소송전을 만들었다. 권 국장은 “60세 정년 연장 후 임금피크제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많은 논쟁과 갈등이 불거졌다”며 “(60세 정년 연장 때와 달리) 임금 체계 개편은 근로시간과 직무 조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