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건선(Psoriasis)’ 환자가 늘고 있다. 염증성 질환인 건선은 두피, 무릎, 팔꿈치, 엉덩이 부위에 은백색 각질의 두꺼운 판이 생기는 증상을 보이고, 발생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예방을 위해서는 음주나 흡연 등을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선 환자수는 15만6801명에 이른다.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2019년 16만7767명이 발생한 이후 매년 소폭 감소해 2022년에는 15만4399명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증가했다.
건선은 건조하고 추운 겨울철에 자주 발생하며, 피부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특성 때문에 건선 환자들은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잘 씻지 않아서 생긴다거나 전염병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건선 환자 대부분은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는데, 건선이 심하거나 나이가 어릴 때 발병한 경우 삶의 질이 더 낮다는 연구도 있다.
전 세계 인구의 2~3%, 국내 인구의 0.5~1%가 건선 환자로 추정된다. 건선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처음 발생하는 시기는 20대가 가장 흔하다. 어린 나이에 건선이 시작된 경우 중년 이후 발생하는 경우보다 건선 가족력이 있거나 더 심한 경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건선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면역체계 불균형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면역세포 중 Th1과 Th17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여러 염증성 물질을 분비해 각질 세포가 증식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환경적 요인과 함께 문신 같은 피부 외상, 감염, 차고 건조한 기후, 스트레스, 특정 약물 등도 건선을 악화 혹은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건선을 피부에 국한된 질환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건선은 전신 염증성 질환으로 피부 외에도 관절, 심혈관 등 다양한 부위에 영향을 준다. 실제 건선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관절변형,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병(2형), 염증성 장질환, 고혈압,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동반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 가려움이다. 건선 치료를 받으면서 피부 가려움을 같이 관리하면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건선의 피부병변이 제한적이더라도 전신 치료를 추천한다. 특히 건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변형이나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예방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초기 개입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건선은 초기에 대처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며 “다만,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한 유지와 관리, 치료가 필요함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선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피부에 상처를 주거나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하게 때를 미는 행위 역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피부가 건조하면 각질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만큼 보습제를 잘 발라주며 관리해야 한다. 문신을 하게 되면 해당 부위에 건선이 생길 수 있다.
일부에서는 채식 위주로 식단을 조절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식사가 건선에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바는 없다. 음식 제한을 심하게 하기보다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건선 환자는 심혈관질환과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체중조절을 위해 탄수화물이나 당류, 기름기 많은 음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건선은 초기에 생물학적 제제 등으로 치료하게 되면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피부병변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며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피부과 전문 병원을 찾아 제때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