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었던 조선 8폭 병풍…형태와 이름 되찾았다

2025-03-10

19세기 대동강에 뜬 여러 척의 배, 평양성 곳곳 수백명이 모인 운집한 행렬, 평안감사와 과거시험 합격자들이 함께한 연회…

평안도 도과(道科·조선시대 각 도에서 실시한 특수 과거시험) 합격자 2명의 축하연 모습을 그린 19세기 조선 시대 8폭 병풍이 제 이름과 모습을 찾았다. 리움미술관이 2023년 11월 병풍의 복원 작업을 시작한 뒤 약 16개월 만이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국외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1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병풍과 ‘활옷’ 보존 언론공개회를 열었다.

두 유물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품으로, 박물관은 1927년 병풍을 기금으로 구입하고 활옷은 기증받았다. 국외재단은 2023년 11월 두 유물을 한국에 들여왔고, 병풍은 리움미술관에서, 활옷은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각각 보존작업을 했다.

폭이 총 507.2㎝, 높이가 170.6㎝인 병풍은 1826년 도과 급제자를 선유(뱃놀이)와 연회로 환영하는 모습을 그렸다.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유길준과 개화의 꿈’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이때는 병풍의 각 폭이 분리돼 있어 순서조차 알 수 없었다. 리움미술관은 보존작업을 통해 작품 속 등장인물의 의복 변화, 평양성과 주변 건물의 위치, 횃불의 모양 등을 유추해 순서를 재구성하고 병풍 형태로 복원했다.

박물관이 사들일 당시 병풍에 나 있던 벌레 먹은 흔적 약 1만개도 메꿨다. 병풍에는 쌀가루를 먹인 대나무종이를 덧댔는데, 발색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벌레가 꼬이는 단점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평안감사향연도’로만 알려졌던 병풍의 이름도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로 바로잡았다.

이 작품은 대동강과 선화당, 부벽루, 연광정 등 역사적 공간과 관청의 의례, 서민의 일상, 평양의 풍속과 풍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데서 가치가 높다. 악기나 의장기에는 금칠이 돼 있다는 점, 쌀가루를 먹인 종이를 사용했다는 점 등도 작품의 당대 가치가 높았음을 짐작케 한다. 병풍에 등장한 사람 수만 약 3000명으로 추산된다. 김지연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큐레이터는 “19세기 유행하던 풍속화의 요소, 이전 세기에 쓰이지 않던 대각선 구도 등이 들어가 있다는 데 작품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함께 공개된 활옷은 조선 시대 전통 혼례복이다. 전 세계에 약 50점이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활옷은 왕실에서 주로 입기 시작했으나 19세기 말부터는 사대부나 평민들도 입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예식에서 드레스를 대여해 입는 것처럼 활옷도 여러 사람이 돌아가 입었으며, 한지를 덧대어 수선했던 흔적도 남아 있다. 소매에 덧댄 한지에는 추수기(경작지의 추수를 기록한 문서) 일부가, 안감에는 낙복지(과거시험 탈락자 답안지)도 포함돼 있었다. 몸통 부분 하단과 뒷면, 소매에는 백년해로를 뜻하는 봉황, 백로, 연꽃 등 자수가 궁중 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두 유물은 오는 5월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한국실이 재개관할 때 주요 작품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리움미술관에서는 11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특별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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