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밸류업?…증권사, ‘국장 탈출’ 러시에 결국 해외주식 선택

2025-04-07

입력 2025.04.08 05:16 수정 2025.04.08 05:16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상위 증권사, 해외주식 및 환전 수수료 무료 이벤트 ‘속속’

투자자 관심 증가에 서비스·혜택 제공…시장 선점 움직임

‘국장 회복’ 밸류업 의도와 상반…“서학개미 증가 유도”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1년간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정작 해외주식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 행렬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데, 밸류업 정책이 가동된 상황에서 정책 목표와는 상반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20개 증권사는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해외주식 및 환전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주식 수수료보다 비싸게 받던 해외주식 수수료를 사실상 받지 않는 셈이다.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 관심·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이는 해외 주식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증시 부진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대거 발길을 옮겼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거래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결과, 증권사들은 일제히 호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10대 증권사 중 절반인 5곳(키움·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메리츠증권)이 약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하는 성적을 거뒀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 중심으로 해외주식 수수료가 국내주식 수수료를 역전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며 “고객들의 니즈와 수요를 고려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해외주식과 관련된 이벤트를 다수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주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증권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 불편했던 해외주식 투자가 간편해지고 수수료도 저렴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마케팅 확대가 ‘국장 외면’, ‘서학개미 증가’를 유도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를 회복하려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적과 반대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밸류업 정책이 시행된 이후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다소 모순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파면까지 결정되자 윤 정부 정책이었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시장 선점 경쟁만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한정적인 만큼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국내주식 투자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국장 살리기’ 효과가 제대로 된 발휘될 수 있는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형성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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