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수 의원 등 여당 의원 15명, 방송법 개정안 발의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제 폐지 골자
홈쇼핑 업계, “홈쇼핑 산업 살리는 불씨 같아” 자율성 확대될 것에 기대
유료방송 업계에선 규제완화 기대와 혼란 초래 우려도 나와
여당이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홈쇼핑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재승인제는 지난 25년 간 홈쇼핑 발목을 잡았던 족쇄로 여겨졌다. 업황 악화로 고전하는 홈쇼핑이 반등 계기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홈쇼핑을 포함한 유료 방송 사업자의 재허가·재승인제를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해왔던 △표준계약서 사용 △중소기업 편성 비율 △상생협약 등 일부 조항은 별도 규정을 마련한다.
한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방송·미디어 환경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글로벌 경쟁 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국내 방송 시장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유료방송 위기 타개와 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재승인제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 발의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보고 있다. 홈쇼핑을 포함한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제도는 지난 2000년 방송법 개정과 함께 도입된 바 있다. 이번에 폐지될 경우 25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홈쇼핑 사업자는 현재 7년 단위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사업 자격을 재승인 받고 있다. 지난 사업 승인 기간 이행 실적을 점검 받고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심사 받는다. 사업 계획서에는 △중소기업(농수산물) 제품 편성 비중 △납품업체 판매 수수료 △직매입 비율 △사회공헌 △투자 계획 등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다.
재승인제는 홈쇼핑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재승인 불발은 사업 존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통제 장치인 만큼 폐지될 경우 사업 운영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재승인제 폐지는 지난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에서 발표한 방송 규제 개선 방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이후 과기정통부가 해당 내용을 이어 받아 재승인제 폐지를 포함한 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 주도로 이어지던 규제 개선 움직임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는 한 의원을 포함한 여당 의원 15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OTT 활성화에 따른 TV 시청 인구 감소, e커머스 등 경쟁 유통 채널 성장으로 홈쇼핑 산업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각종 부관으로 홈쇼핑 발목을 잡았던 재승인제가 사라지는 것은 희망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재승인제 폐지는 꺼져가는 홈쇼핑 산업의 불씨를 살리는 횃불과 같다”며 “유료 방송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한 물꼬를 트는 작업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료방송 업계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이번 개정안이 글로벌 OTT와의 규제 불균형을 완화하고, 재허가·재승인 심사라는 '관행적 규제'를 걷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그동안 행정 절차에 묶여온 사업자 입장에서는 콘텐츠 투자와 서비스 개선에 집중할 여력이 생기는 만큼, 혁신규제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우려도 감지된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OTT와의 규제 형평성 및 다양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반대는 아니지만, 재승인 재허가 폐지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상당한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당장 해줄 수 있는 불필요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