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북도민일보 CVO 25주차
2024 전북도민일보 CVO 25주차“조상들의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국악(國樂)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라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한평생 소리의 길을 걸어온 왕기석 명창(CVO 제1기)이 지난 12일 전북도민일보 CVO 제9기 원우들을 찾았다.
왕 명창은 이날 전주 글러스터호텔에서 열린 25주차 강의를 통해 판소리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고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먼저 그는 “언제부터인가 음악이라는 말이 서양음악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양악은 고급스럽고 우월한 것이며 국악은 진부하고 무언가가 부족한 변방의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갖는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 땅에서 ‘밥 먹는다’라고 얘기하면 한식으로 이해하고 ‘말한다’하면 국어인 우리말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듯 이 땅의 음악은 마땅히 국악이어야 하고 국악이 이 나라 음악의 주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왕 명창은 “요즘 BTS와 이날치밴드 등 K팝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듯이 과거의 K소리는 소리를 중심으로 우리 고유의 판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놀음”아라며 “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것처럼 경쟁력 있는 문화를 지니고 있을 때 세계의 주역으로 남고 대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왕 명창은 판소리의 ‘판’을 구성하는 3대 요소(창자·반주자(고수)·청자)에 대해 설명했다.
창자는 창과 아니리(이음새)를 번갈아 가며 연주하고 고수는 북으로 장단을 맞추면서 추임새를 넣는다.
또, 청자는 감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추임새를 하며 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함께 판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는다.
그만큼 청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1청중, 2고수, 3명창’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왕 명창은 설명했다.
왕 명창은 곧바로 단가인 ‘사철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 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 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 허구나 세월아 세월아 가지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흥겨운 무대가 끝나자 원우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를 쏟아냈다.
이에 왕 명창은 “본격적인 판소리에 들어가기에 앞서 단가를 통해 자기 목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며 “또 단가는 성대와 음정을 미리 조절해 소리판의 분위기를 정돈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왕 명창은 원우들에게 직접 추임새를 가르쳐주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왕 명창이 단가 사철가를 부르자 원우들은 배운대로 ‘얼씨구’, ‘좋다’, ‘잘한다’ 등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웠다.
왕 명창은 그러면서 심청가에서 곽씨 부인이 심청이를 낳고 산후별증으로 세상을 떠 앞 못보는 심봉사가 동냥젖을 얻어먹이는 대목을 불렀다.
끝으로 왕 명창은 “판소리는 한 번에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뜨거운 애정이 있어야 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감상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면서 “소리라는 것은 한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소리를 접하는 사람을 한 방에 보내기 위해 저는 항상 한대목 한대목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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