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보어, 내면세계 인식과 심미적 도구로 기능한 전통음악에 관심 가지길

2024-12-16

매년 트랜드 코리아를 발표하는 김난도 교수는 2025 트랜드 코리아의 10가지 키워드 중 첫 번째 키워드로 옴니보어(omnivore)를 내세웠다.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이어 주요 트랜드로 자리할 옴니보어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소비 패턴이 다양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한 한 분야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클래식·트로트·재즈·국악 등 전혀 다른 종류의 다양한 분야에 취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즉 집단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는 개인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이 트랜드로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해 보고자 한다.

우리 음악에 대한 생경함과 동시대적 이질감에서 느껴지는 괴리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국악에 내재한 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우리 안에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처방도 요구된다.

전통음악은 일반적으로 정악과 민속악으로 대별 된다. 정악의 한 갈래인 풍류음악은 조선후기 중인과 사대부 중심의 지식인 계층이 즐긴 음악이다.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목적보다는 자신의 정서와 내면세계를 가꾸기 위한 인격 수양의 도구로 기능하였다. 세련된 기교보다는 품격을 중시하며 글을 지어 시를 노래하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절제미와 아정함을 중시하여 느림의 미학과 음률의 담백함을 추구하였다. 대표적인 음악으로 시조·가곡·가사류의 성악곡과 영산회상 같은 기악곡이 있다.

이러한 풍류음악을 즐긴 이는 순헌왕후의 아버지 김조순, 문인이자 화가인 강세황, 단원 김홍도, 월하탄금도 작가 이경윤, 담헌 홍대용 등으로 그들이 남긴 시문이나 그림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유교사회에서는 육예(六藝)의 하나로 사대부들에게 음악을 배우게 하였는데, 특히 풍류음악의 대표 악기로는 공자가 배웠다는 거문고를 꼽는다.

한편, 판소리, 산조, 민요 등의 민속악은 고대 제천의식에서 행해졌던 가무(歌舞)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천제에서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인 제사장은 춤과 음률로 소통하게 되는데 이는 오늘날 각 지방색에 독특한 형태로 남아 있다. 전북지역은 호남좌우도 풍물굿, 전주풍류, 판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음악은 과거 급제자의 축하공연인 삼일유가, 순회공연을 다녔던 협률사 등의 음악활동과 교방·권번 등의 교육활동을 통해 전승되었다. 이러한 전통예술분야에 기반한 도립국악원은 13개 과목을 교육하고 있고 나아가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의 예술단을 운영하며 도민을 대상으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통음악은 내면에 침잠하고 집중하는 자기중심적인 음악과, 심미적 정서적 도구로서의 음악이 양립하고 있어 그 독특함이 다르게 존재한다. 이는 악곡의 생성 근원과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전통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는 단초로 작동될 것이다.

오늘날 문화 향유와 여가 활동을 위해 일반대중들은 생활예술을 즐기고 공연공간을 찾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 한다. 또한 일시적인 관람으로 만족하지 않고 각자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선택 체험하는데 전통사회에서의 음악의 근원적 생성 배경과 향유방식을 이해하고 우리의 음악을 접한다면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유니크한 옴니보어가 되지 않을까 한다.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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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보어 #풍류음악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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