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로봇이 치과 진료를 하는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있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Chris Ciriello와 Scott Phillips 공동대표에 의해 출범한 미국 AI 스타트업 Perceptive technology에서 로봇 치과의사를 제작했고, FDA 승인을 받아 이번에 처음으로 치과시술을 무인으로 진행했다고 보도가 된 것입니다. 그동안 영화에서나 보던 안드로이드 로봇이 인간의 삶 속으로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는 보도는 자주 있었고 커피를 타주는 바리스타, 주방 속에서 활략하는 로봇, 요리를 들고 테이블 사이를 서빙하는 로봇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지만, 강아지 형태의 4족 보행 로봇이 사업장을 돌아다니더니, 이제는 드디어 의료영역 중에서도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치과영역에까지 등장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나마 이번 치과치료를 시행한 로봇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조만간은 그마저도 사람의 얼굴을 가진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 치과의사가 진료실에서 모습을 나타낼 것도 머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공상과학(SF) 영화 ‘바이센테니얼맨’(1999)의 가사도우미 로봇 앤드류가 현실로 등장할 판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 치과의사들은 어떤 생각과 자세를 가지면 좋을까요? 과연 AI 안드로이드 로봇이 완전히 우리 치과의사를 대체해서 우리들이 직업을 잃게 될까요? 함께 생각해보시기를 원합니다.
로봇이 치과의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안전’이란 개념입니다. 이것은 진료를 받는 환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그 로봇을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안전도 포함됩니다. 산업장에서 단독으로 역할을 하는, 예를 들면 원자로의 로봇은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든지 작업하면 되지만, 사람과 함께 협업하는, 또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로봇은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핵심은 정확도와 ‘힘 조절’에 있습니다. 기구로 입술을 젖힐 때, 드릴로 치아를 삭제할 때, 치아를 뽑을 때 모두 힘이 다르게 적용되어져야 합니다. 지금껏 최첨단이라고 하면서 제작된 로봇조차도 아직은 힘 조절이 자유자재로는 잘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 부분이 완전히 해결되어야 실제로 진료실에 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개선이 시간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은 학습이 되기 때문에 횟수를 반복할수록 더욱 더 정확해지고 세밀해질 수 있습니다. 도저히 인공지능이 정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바둑영역도 알파고에 의해서 허무하게 무너져버렸으니 말입니다... 아마 앞으로 더욱 더 연구되어져서 치과 전 영역에서 점차적으로 역할이 커져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준비를 하려 합니다. 정말로 그 정도의 탁월한 AI 로봇이 나온다면 나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두려 합니다. 우선 고려한 것은, 치과 의료란 부분이 단순히 기술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감정소통, 환자를 위한 순간적인 판단, 그리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서 대처 능력이 중요한 분야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부분까지도 반복적인 알고리즘에 의해서 어쩌면 우리들보다 더 좋은 솔루션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사람과 인공지능이 서로 도와가는 협업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배제하거나 정복하는 것이 아닌, 기계가 우리를 능가한다, 근접한다 하는 것을 기분나빠할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는 의미입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전공한 소아치과는 일반 치과보다 이 부분에 더 많은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더 예민하고 불안해할 수 있어서, 소아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치료 과정에서 불안을 최소화해줄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일 수 있어서 치료 중에도 의사나 의료진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데 과연 어떨까 하는 것이지요. 결국 어떤 어린이가 보이는 여러 반사적인 행동을 스캔하고 정보화해서 어떤 단어와 어떤 행동으로 아이를 행동유도하면 잘 따라와 줄 것인지를 인공지능이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가이드를 해준다면 우리들이 스스로 하는 것 보다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치료 과정을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거나 어린이를 진정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진료실에서의 부정적인 반응을 big data화 하여서 이를 치료 전,후 아이의 반응과 보호자의 응대, 그리고 이후의 변화 등을 검색하고 참조할 수 있는 tool이 만들어진다면 그 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치과의사는 치과의사의 자리에서, 인공지능(AI)은 또 그 스스로의 자리에서, 환자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훌륭한 진료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상호보완의 역할을 하면서 환자 케어에 있어 ‘서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그런 밀접한 직업적인 사이, 서로 co-work하는 사이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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