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사람 중심의 동물 의료기기 시장 바꾸겠다는 ‘젠트리’

2024-11-26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료 장비는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동물은 사람과 달리 땀샘이 없다. 그러다보니 센서가 통하지 않아 심박수, 호흡수를 측정하기 어렵다. 사실상 동물을 수술할 때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수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뉴스에서 반려동물 마취사고 등이 일어나는 이유다.”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은 엄연히 사람과 다르다. 사람의 표피는 얇아서 핏줄이 보인다. 스마트워치의 센서가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이유다. 이와 달리, 강아지와 고양이는 표피에 털이 많아 센서가 침투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용 의료기기는 센서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장현호 젠트리 대표의 지적이다.

장 대표는 대학 시절, 수의학과 심리학(뉴로사이언스)을 전공하면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직접 동물용 의료기기 센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약 6년간 짬짬이 시간을 내어 개발에 매진한 끝에 동물용 맥박, 호흡 측정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플랫폼인 ‘두리틀’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장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제품을 들고 국내 의료기기 업체로 곧장 향해 투자유치까지 따냈다.

지금은 ‘젠트리’라는 법인의 대표가 된 그는 국내를 넘어 미국, 스페인 등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장 대표는 동물 의료기기 시장을 사람 중심이 아닌, 동물 중심으로 바꾸고 싶다며, 자사 제품 두리틀을 동물 업계의 ‘애플워치’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지금은 호흡 수, 맥박 수 모니터링 중심의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당뇨, 콩팥 등 반려동물 만성질환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지난 22일 두리틀 장현호 대표(=사진)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14년 차 수의사이자 젠트리 대표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환자(동물) 관리를 하다가 문제가 있어서 디바이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문제점을 느꼈는지?

현재 동물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료 장비가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져있다. 문제는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땀샘이 없고 털로 빽빽하다. 그러다보니 센서가 통하지 않아 심박수, 호흡수를 측정하기 어렵다. 사실상 반려동물 수술을 할 때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수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뉴스에서 반려동물 마취 사고 등이 일어나는 이유다.

-그럼 기계를 왜 쓰나?

계륵 같은 존재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동물 의료기기를 만들다보니, 사람에게 정확도가 97%라면 동물에게는 정확도가 60~80%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응급 상황일 때 제일 위험하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눈으로 동물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젠트리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설명해달라

젠트리의 제품 ‘두리틀’은 동물이 벨트처럼 가슴에 차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심박수와 호흡수를 측정한다. 동물마다 심박수와 호흡수가 달라, 각 알람 범위를 설정해 그보다 떨어지면 의료진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알람이 가고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가정용 서비스도 있다. 강아지, 고양이 4마리 당 1마리는 8살이 넘어가면 심장병을 앓는다. 심장병도 크게 네 단계로 나뉘는데, 2단계에 들어서면 약을 먹어야 한다. 이때 수의사들이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의 심박수, 호흡수를 측정해달라고 요청한다. 방법은 한 가지다. 반려동물이 잠들었을 때 숨쉬는 것을 직접 센 뒤 계산해야 한다. 이 바이탈이 어느 순간 올라가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러나 두리틀은 반려동물이 가슴에 차고 있으면 심박수와 호흡수를 자동으로 체크해준다.

-중요한 것은 정확도일텐데, 정확도는 얼마나 되는지?

심박수, 호흡수가 현 의료기기 수준으로 나오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두리틀은 현 의료기기 업체 제너럴일렉트릭, 드라거(Draeger) 제품과 비교해 만들었다. 그러니까 동물들이 마취할 때 가만히 숨만 쉬고 있는데, 그때 나오는 데이터를 비교해 만들었다. 당시 두리틀 정확도는 97%가 나왔다.

-디바이스 센서는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센서 등은 과거 대학생 때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신경과학연구 등을 하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용 의료기기가 개선해야 할 것 투성이로 보였다. 약 6년간 퇴근하고 매일 센서를 만들었다. 3D 프린터를 도입하고 디자이너를 도입하기도 하고, 하루에 4시간씩 자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두리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플랫폼 시제품을 만들었다.

또 국내 혈당측정기 업체 아이센스로 찾아가 투자를 해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아이센스로부터 투자유치를 하면서 젠트리를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두리틀을 시장에 내놨다.

-젠트리를 어떻게 만들었나?

동물의 해부학적 지식, 생리학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14년 동안 동물 수술을 했다. 동물의 심장이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여기에 어떤 센서를 적용하면 괜찮을 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여기에 발상의 전환을 했다. 그동안 동물의 심장 박동을 측정하기 위한 센서는 전기 기반으로 이뤄졌다면, 진동을 받아들이는 센서를 적용했다. 호흡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활용했다.

-두리틀은 강아지, 고양이 모두 착용할 수 있나?

그렇다.

-벨트 쪼임에 대한 우려를 하는 보호자도 있을 것 같다

고양이의 경우 두리틀을 차면 잠깐 얼음 땡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면 아무렇지 않은 듯 뛰어다닌다. 조이는 게 아니라, 고무줄 바지를 입은듯한,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라고 보면 된다.

-배터리는 얼마나 가나?

C타입 충전으로 가정용은 한 번 충전하면 3일 정도 쓸 수 있다. 병원용은 발생 데이터가 많아서 한 번 충전 시 10시간 정도 쓸 수 있다. 무게는 13g 정도 된다.

-두리틀, 국내에서 받은 허가는 무엇인지?

전자기기 허가,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 사람용 의료기기 허가 등을 받았다.

-한국에서 판매는 어느 정도 이뤄졌나?

한국 (수의사 업계)은 모든 기술의 후기 수용자다. 그래도 그 중에 얼리어답터가 있어서, 지인을 중심으로 약 80여 곳에 제품을 판매했는데, ‘강아지 전용 애플워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수술할 때, 특히 내원 환자 중 심장병 수술 환자 데이터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주고 있다.

-두리틀, 도입 사례를 소개해달라

보통 수술하고 마취에서 깰 때 사고가 많이 난다. 마취제가 근육을 이완시키는데 마취에 깬 동물들이 다시 잠이 들면서 고개가 젖혀진다. 그러면서 숨이 막혀서 죽는다. 두리틀은 호흡수와 맥박수를 측정해 알림을 주기 때문에, 타 동물병원 의사가 여러 환자를 살렸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런 후기들을 많이 받는다.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뿌듯할 것 같다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저희 제품 임상 테스트를 하러 가면 간호사, 마취 선생님들이 마취 기계가 아닌 저희 기계만 보고 있을 때다. 그때 열심히,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소비자용(B2C) 서비스는 상용화가 됐나?

그렇다. 저희는 디바이스만 판매하고 있다.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사면 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정용 디바이스의 가격은 28만6000원이다.

-그럼 사용자는 두리틀 데이터를 본인 뿐만 아니라 자주가는 동물 병원과도 공유할 수 있나?

그렇다. 수의사가 사용자의 반려동물 데이터를 보고 내원 안내를 할 수 있다.

-만약 동물 병원이 두리틀을 쓰지 않는다면?

보통은 수의사가 두리틀을 먼저 쓰고 사용자(보호자)에게 권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저희 입장에서는 영업도 이뤄지고, 수의사 입장에선 고객을 지키는 역할, 즉 공생 관계가 이뤄지는 셈이다.

-해외 진출도 하고 있다고

스페인에서는 제품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1년 정도 검증 기간을 거쳐 미국 동물 병원에서 이제 막 쓰고 있다. 또 글로벌 제약회사와 제휴를 맺어 개념검증(PoC)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PoC가 끝나고 계약으로 이뤄지면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강아지도 당뇨에 걸린다. 당뇨에 걸리면 심장병이 걸리고, 콩팥도 망가진다. 젠트리는 빠르면 내년 1월쯤 만성질환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동물 만성질환 관련해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와 해외 사업 비중 중 어느 비중이 더 크나?

저희는 처음부터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는 강아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물병원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또 의료기기는 한 번 도입하면 의무적으로 10년은 쓴다. 계산을 해보면 국내에서 큰 성장을 하기엔 어렵다.

크게 보면, 전세계 반려동물 시장의 약 70%가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에 먼저 진출하려고 노력했고, 가장 많이 쓰는 언어가 영어인 점도 한 몫 했다. 스페인은 남미의 이상향으로, 스페인에서 쓰는 기기를 남미에서도 쓰는 만큼, 남미 시장도 공략하고자 한다.

-내년도 계획은?

내년 1월, 만성질환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계획인 만큼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두리틀을 진짜 의료기기처럼 바꿀 예정이다. 2025년은 두리틀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얼마나 되나?

시드투자 약 4억원을 받았으며, 주요 투자사가 아이센스, JB벤처스 등이다. 현재는 프리-A 투자유치를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아지, 고양이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고, 만성질환이 생길 수 있다. 동물들이 고통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저희는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알아줬으면 좋겠다.

*젠트리는 ‘2024 K-글로벌 이노비스타(InnoVista)’ 참가사다. 해당 프로그램은 APAC 권역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인포뱅크 투자사업부 아이엑셀과 플러그앤플레이 코리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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