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는 전신인 경성방송국 때부터 수신료(청취료, 시청료)를 거뒀다. 미 군정이 1946년 체신부령 1호를 통해 라디오 청취료를 월 10원으로 정해서다. 박정희정부는 1963년 TV 방영에 따른 재정 확보를 위해 시청료 100원을 징수했다. 수신료는 광고, 콘텐츠 수입과 함께 KBS의 주요 수익원이지만 1981년 이래 45년째 월 2500원으로 고정돼 있다. 앞서 2007년과 2010년, 2013년, 2021년에도 KBS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권에 편향적인 방송을 하는 등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국민의 비판이 커서다.
수신료의 법적 근거는 ‘TV 방송을 수신하는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방송법 64조)는 조항이다. 과거 지상파 채널이 3, 4개밖에 없던 시절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유선방송에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수도 없이 많다. 1인 가구가 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TV 수상기가 없는 집도 적지 않다.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내야 하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NHK, 영국 BBC도 수신료를 폐지 또는 인하하는 추세다.
KBS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높다. KBS는 직원 5248명의 절반가량이 억대 연봉자다. 보직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1500여명에 이른다. 인건비 비중이 다른 방송사의 두 배인데도 구조조정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박장범 KBS 사장은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정원을 20% 감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박 사장이 그제 KBS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에서 수신료를 3000원으로, 44년 만에,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의 ‘3·4·5’ 슬로건을 공개했다. KBS는 “인상이 아닌 현실화”라고 밝혔지만 “뜬금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KBS가 자구노력을 하지 않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다면 시청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보도·드라마·예능 등 전 영역에서 KBS 영향력이 하락하는 터라 차제에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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