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땅은 영혼이다

2025-04-09

미국의 식당에서는 푸석푸석하고 고구마처럼 생긴 빵이 나온다. 그런데 남부 유럽에 가면 그 빵이 초승달처럼 굽어 있다. 그래서 이 빵을 크레상(crescent·초승달)이라고 부른다. 왜 멀쩡한 빵을 굽게 만들었을까? 투르크의 국기에 초승달이 있기 때문이다. 곧 투르크의 압제를 받은 라틴문화권에서 ‘투르크 ×들을 씹어먹자’는 저주가 그 빵에 담겨 있다. 라틴 문화에 대한 투르크의 증오도 하늘을 찌른다. 에게해의 모든 섬은 투르크 앞바다 2㎞에 있는 것까지 그리스 영토이다.

라틴 문화와 투르크 문화는 3000년에 걸쳐 싸우고 있다. 그 쟁투의 목표는 에게해와 흑해이며 특히 크림반도가 핵심이었다. 본디 동로마제국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1475~1774년에 투르크의 지배를 받다가, 1783년부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이 요충지가 국제전으로 비화하여 터키·영국·프랑스·프러시아 연맹국이 러시아를 격파하고 이곳을 차지한 이른바 크림 전쟁(1853~56)에서 다시 터키가 이 땅을 차지했다. 이 전쟁에서 노벨은 포탄을 팔아 억만장자가 되었고, 나이팅게일은 세기의 천사가 되었다.

러시아 혁명에 성공한 레닌은 소비에트 제국의 건설과 함께 1921년에 크림반도를 다시 점령했다. 세월이 흘러 우크라니아 출신의 당서기장인 흐루쇼프(사진)가 소련 수상에 당선되자, 어차피 한 연방국인데 어떠랴 싶은 생각에 크림반도를 1954년에 우크라이나에 할양했다. 막상 1992년에 연방이 해체되고 나니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떼어 준 것이 너무 애석했다. 그리하여 러시아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했다. 크림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의 원한과 증오는 깊어 갔고, 그것이 끝내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원인은 땅이었다. 어린 시절의 첫 놀이는 땅따먹기였다. 인간에게 땅은 영혼이다(Soil is soul).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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