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리의 핫 플레이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의 센강 유역에는 이 지역에서만 나는 아주 특별한 맥주가 있다. ‘브뤼셀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이 맥주는 일반적인 맥주와는 확연히 다른 풍미를 지니는데, 으깬 야생 베리를 한 움큼 입에 넣은 듯한 새콤함,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산미, 부드러우면서 조밀한 기포, 혀 끝에 오래 맴도는 깊은 감칠맛이 특징이다. 13세기부터 브뤼셀에서 만들어온 전통 맥주인 람빅(Lambic)은 지금도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 생산량이 적고, 일부 희귀 에디션은 병당 수십만원에 이르기도 해 미식가의 맥주이자 맥주 마니아의 종착역이라고 불린다.
벨기에를 제외하고 일부 나라에만 소량 유통되는 맥주지만 서울에도 다양한 람빅을 마셔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쿨쉽(사진 1)의 박정현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우연히 맛본 람빅의 세계에 빠져 국내 최초로 람빅 전문 수입사와 테이스팅 공간을 열었다. “직관적이고 강렬한 산미를 내는 다른 사우어에일에 비해 람빅은 오랜 시간 천연 발효를 거쳐 만들어 굉장히 다채롭고 독특한 산미를 지녀요. 또한 전통적으로 체리·라즈베리·살구 등 그 지역에서 나는 여러 과일을 부재료로 쓰기 때문에 다양한 맛의 변주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묘미입니다.”
람빅을 만드는 기본 재료는 물·맥아·밀·홉이다. 먼저 물과 곡물을 몇 시간 동안 같이 끓이고, 그 액체를 쿨쉽(Coolship)이라는 커다란 통에 담아 밤새 식힌다. 이때 뚜껑을 닫지 않기 때문에 공기 중 자연 효모와 균이 통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이 과정을 통해 람빅 특유의 독특한 산미와 맛이 생겨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주는 오크통에 넣어 최소 1년간 숙성한 다음 양조자의 스타일에 따라 과일을 추가하거나 미리 만들어둔 여러 해의 람빅을 블렌딩한다.

추천 메뉴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람빅 브랜드인 3폰테이넌에서 한국 한정으로 출시한 ‘에디션K 괴즈’(사진 2, 750㎖, 7만5000원). 오크통에서 1~3년간 숙성한 빈티지 람빅을 블렌딩한 것으로, 오랜 숙성에서 오는 진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전 세계에서 오로지 518병만 만들어졌으며 아카시아 배럴에서 숙성해 아카시아 꽃, 허브, 아몬드 같은 고소한 견과류 풍미가 난다.
다양한 과일 람빅으로 유명한 칸티용의 ‘로제 드 감브리너스’(250㎖, 2만2000원)는 부재료로 라즈베리를 넣어 향긋하고 달콤한 베리류의 캔디 향에 상쾌한 산미가 어우러진다.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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