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나선 가운데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개인 투자자들이 첫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정상 상환을 촉구하는 한편 불완전 판매 정황도 강조했다.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마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집회에는 약 20여명의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이의환 비대위원장은 "피해자 대부분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 채권이 무담보 채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물품 구입(상거래)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 준 ABSTB 피해자들의 돈은 떼어먹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ABSTB를 발행한 카드사의 책임도 강조했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 직전인 지난달 25일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820억원 규모 ABSTB를 발행해 홈플러스 물품 구입대금으로 제공한 바 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 ABSTB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중소 법인 투자자들의 피해액이 30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 채권은 홈플러스가 상품거래를 위해 카드사를 매개로 우리의 돈을 가져간 것"이라며 "거래물품 대금 목적이라는 분명한 성격이 있는 자금이기에 상거래채권으로 봐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카드사와 홈플러스가 부실 정황을 알면서도 물품 구매를 위해 직접 전단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기업회생 개시 전 자금 모집을 사전 모의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의 대주주가 MBK파트너스로 같다는 점을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롯데카드가 이번에 전자채 발행을 많이 한 카드사로, MBK파트너스로 대주주가 연결되는데 서로 짜고 치지 않고서야 이런 위기 상황에 전단채를 발행하도록 했겠냐"며 "홈플러스와 카드사, MBK파트너스가 전부 짜고 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불완전판매 정황도 제시됐다. 이 위원장은 "상품 설명서에는 유동화라고 표시됐지만 (증권사 직원이)설명할 때 '홈플러스를 믿으라, 홈플러스 매출채권을 기준으로 하는 거고 팔면 돌려받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 문제를 삼을 시간이 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홈플러스와 현대카드, 롯데카드의 부도덕성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며 "우선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은 후 각 개별 증권사의 부실 판매 이런 부분들은 따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피해자를 대신해 집회에 참석한 자녀 A씨는 "부모님은 한 증권사 직원 소개로 유선으로 ABSTB를 가입했다"며 "부모님에 따르면 처음 가입할 때는 신영증권이 발행하는 상품인지 몰랐고, 홈플러스 카드 대금 채권이라고만 했다. 계약을 꺼리자 증권사 직원이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ABSTB의 상거래채권 인정을 주장하는 건 금융채권으로 분류될 경우 채무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되면 상환이 가능하지만,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법원의 채무 조정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현재 지난 5일 만기가 도래한 118억4000만원 규모의 ABSTB와 지난 10일 만기가 도래한 324억8000만원 규모 ABSTB는 미상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