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전자상품권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은 있는가?

2025-03-11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티몬·위메프 사태는 전자상품권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수많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었으며,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 문제의 본질은 상품권 발행사들이 소비자가 충전한 선불충전금을 안전하게 보관하지 않았거나, 부적절하게 운영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돈을 미리 지불했지만, 정작 이를 책임지고 보관해야 할 주체들은 투명한 관리 시스템 없이 운영해 왔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되었고, 전자상품권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선불충전금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발행사가 고객이 충전한 금액만큼 금융회사에 예치하거나 담보로 설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전자금융거래의 기본적인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지만, 여전히 중요한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과연, 이러한 규제가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현재 금융당국이 제시한 보호 조치는 사후적인 감사 및 점검 방식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상품권 발행사나 금융회사 내부 관리 시스템에 의존해야 하며, 실시간으로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거나, 독립적인 제3자가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체계는 미흡하다.

따라서 전자상품권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예치금 보호 원칙을 단순한 규제 차원이 아니라 기술적 검증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예치금 증명(POR:Proof of Reserves) 시스템이 필요하다.

POR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특정 기관이 보유한 예치금 또는 담보금이 실제로 존재하며, 해당 금액 이상으로 상품권이 발행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암호학적 기법을 활용해, 상품권 발행사가 금융회사에 예치한 금액과 실제로 발행된 상품권 총액이 동일함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금융당국, 은행, 상품권 발행사 모두가 투명하게 예치금과 발행량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만약 POR 시스템이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첫째, 소비자의 신뢰를 개선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상품권이 충분한 예치금 기반으로 발행되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준수' 차원을 넘어 소비자가 직접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둘째, 금융당국은 사후 점검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예치금과 상품권 발행 내역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감독이 가능해 질 것이다

셋째, 상품권 발행사의 책임이 강화된다. 기존에는 발행사가 자체적인 내부 시스템을 통해서만 예치금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POR 시스템을 통해 공개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제는 발행사가 예치금을 단순히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POR 시스템을 통해 '공개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전자상품권 시장의 신뢰 문제는 단순히 한두 개의 기업이 부실 운영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는 기존의 폐쇄적인 금융 시스템이 디지털 자산 및 핀테크 환경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과거 금융업계가 전통적인 신뢰 구조(은행, 규제 기관, 내부 감사)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기술이 직접 신뢰를 증명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미 해외의 크립토 업계에서는 POR 시스템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거래소 및 금융서비스 업체들이 보유 자산을 투명하게 증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전자상품권 시장도 더 이상 규제만으로 신뢰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POR 시스템을 통한 기술적 검증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과 소비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전자상품권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신뢰를 좀 더 명확하게, 기술로 증명하는 시대로 변화할 때다.

김봉규 지크립토 전무 alex@zkryp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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