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4대 그룹 회장의 회장단 합류를 추진한다. 국정농단 사태로 위상이 추락한 한경협의 재계 위상을 복원하기 위한 행보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18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개최한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내년 2월 정기총회에 4대 그룹 회장들이 회장단에 복귀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2027년 2월 임기 만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재계 맏형'으로서 재계 총수들이 격월로 모여 정기적으로 회의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 '회장단 회의'를 운영했다.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치르면서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류 회장은 한경협 회장단 복귀와 회장단 회의 재개 계획에 대해 “정부와 상의하면서 회의 재개를 추진하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또 “한경협을 맡은 이후 2년간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행히 이제는 국민이 한경협을 용서해주신 것 같다. 이재용 회장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이 회장의 회장단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류 회장은 정경유착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윤리위원회를 설립한 것이 쇄신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사안이 윤리위를 거치도록 했고, 그 결과 신규 회원사로 다수 기업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류진 회장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미국 정계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통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정부의 관세 리스크가 불거지자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펼치며 한국기업의 미국경제 기여를 알리는 등 정부 협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국내 경제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한 번에 다 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있으니 우리 경제를 위해 속도를 늦춰가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자본시장법 개정 등으로 상세 조건을 계속 추진하려는 것은 기업들이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식시장 활성화와 주주가치 제고 취지에 공급하지만 복합 경제위기에 풍전등화 상황인 만큼 국회와 정부에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