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 자신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왕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한다 해도 따르지 않는다.” 백성들 심리의 정곡을 찌른 공자의 말이다. 설령 공자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말의 적실성에는 누구라도 다 공감할 것이다. 최근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계몽적 견지에서 내렸다는 어처구니없는 계엄령이 얼마나 무모·무효한 명령인지를 충분히 경험한 우리 국민은 공자의 이 말에 대해 더욱 더 공감할 것이다.

‘수의상이천하치(垂衣裳而天下治, 垂:드리울 수, 衣:옷 의, 裳:치마 상, 治:다스릴 치)’라는 말이 있다. 전설상의 성군인 요임금·순임금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왕의 옷을 늘어뜨려 입고만 있어도 천하가 다스려졌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왕 자신의 올바름이 명령 없이도 평화가 넘치는 요순시대를 만든 것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사랑과 존경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받는 것 못지않게 사랑하고 존경하기도 원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속셈 전에, 국민에게는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각성하여 그 권리를 짓밟지 않아야 한다. ‘바른’ 대통령을 뽑아야 사랑할 권리를 짓밟히지 않고, 거리가 아닌 따뜻한 안방에서 행복한 뉴스를 볼 수 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