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민진영 아마추어 요트선수...사적 경험에 스포츠 산업 결합 ‘새 가치’ 창출

2024-10-29

조직보다 개인 성장 우선 시대

여러 경험 통한 가치 실현 꿈꿔

기존 시스템과 청년 갈등 심화

◇평생직장의 종말, 청년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

우리사회에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게 된 배경 중에는 경제 불안정성과 고용 형태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안정적인 고용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사회에서 청년들은 이제 조직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일과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헌신이 중요시되었지만,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성장하고 의미를 찾는 것을 더 우선시한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에는 경제적 불안정, 고용 형태의 유연화, 그리고 청년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년들은 조직 내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아온 관행이나 낡은 악습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저 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이로 인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인재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현상을 넘어 사회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청년들이 교육 과정에서 충분히 주체성을 기르고 자기결정권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주로 지식 습득에만 집중되다 보니, 청년들은 자아와 가치관을 깊이 탐구하거나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사회에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려는 탐색이 시작된다. 이 탐색은 주로 첫 직장에서 시작되며, 청년들은 이 과정에서 단순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성장과 의미’를 함께 추구하려는 열망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조직은 기존의 관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갈망과 기존 시스템 사이에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청년 세대는 특정 직장에 안주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청년이 있다. 아마추어 요트 선수이자 사업가로서 경북 울진과 봉화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민진영이 그 주인공이다.

◇내 삶의 주인은 ‘나’

민 선수는 봉화에 위치한 IT기업인 ‘후아(Hooaah)’와 ‘농업회사법인 청량원’과 함께 팀워크 세일링요트 프로그램 운영하는 회사 ‘민스’를 운영하고 있다. 민 선수는 스포츠를 넘어 지역의 문화·예술·산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지역사회에서의 역할과 성장 가능성이 큰 청년으로 평가받는다. 민 선수의 특별함은 경험을 단순한 체험으로 끝내지 않고 선수급 기량으로 발전시킨다는 점이었다. 특히, 자신의 관심사와 경험을 지역의 문화·예술·스포츠 산업에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상품화에도 앞장서며 혁신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제가 꿈꾸는 미래는 제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서, 자연과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평안과 행복에 더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제 관심사와 경험을 산업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하다 보니 제 성취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일석이조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활동하고 있어요.”

민 선수의 이러한 가치관은 부모님의 교육 방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자신을 존중해 준 부모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저는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부모님은 유행하는 교육 방식이나 내용을 따르기보다는 직접 만드신 대안학교에서 협력과 자기주도형 학습을 통해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 주셨어요. 매일 다양한 주제로 우리와 토론을 이끌어 주셨고, 때로는 책을 권해 주시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셨죠. 덕분에 흥미 있는 분야는 또래보다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제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이제는 제 인생을 제가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추구, 자연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

필자가 민진영 선수를 처음 만난 곳은 맑고 푸른 바다로 유명한 경북 울진이었다. 요트 위 갑판을 누비는 그녀는 다재다능한 ‘최종병기’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해내는 능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2022년 첫 대회에 출전한 이후 수많은 요트 대회에 참가해 아마추어임에도 다수의 입상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경기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요트의 간단한 수리와 관리까지 직접 해내며 자립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점이 바로 이 별명의 배경이 되었다.

민 선수는 요트의 작은 결함조차 용납하지 않고 직접 점검하고 수리하면서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활동이 바다 생물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저는 바다를 더 오래 바라보고, 바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그녀의 적극성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양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했다.

민 선수는 자신이 공부해온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저는 대안학교에서 초중고 과정을 마쳤고, 국영수보다는 관심사에 더 비중을 두고 공부해왔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10대 시절부터 자연을 이용하기보다는 자연과 대등한 위치에서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하며, “그래서 요트 선수로서 또 다른 역할을 탐색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청년 민진영, 바다에서 찾은 무한한 가능성

민진영 선수는 요트 선수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요트에서 가장 앞에서 바다를 관찰하며 주변의 상황을 살피는 ‘바우맨’ 역할을 맡아왔고, 돛을 다루는 ‘트리머’ 역할에서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요트 경기는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루며 선장(스키퍼), 메인트리머, 피트, 바우맨 등 각자 역할을 나누어 움직이며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이다. 그녀는 “합이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요트는 굉장히 멋진 스포츠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며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팀워크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민 선수는 요트와 같은 스포츠가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나 공동체에 새로운 서비스 상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IT기업인 후아(Hooaah)와 협력하여 조직 내 협력을 높이는 세일링 프로그램을 고도화할 계획을 구상 중이다. 이 협업을 통해 IT업계에 적합한 인력 관리와 인재 관리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저는 팀워크 속에서 함께 웃고 즐기며 무언가를 이뤄가는 순간들이 가장 행복합니다. 요트에서는 팀원 간의 호흡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공유하는 행복을 느낍니다”라고 민 선수는 덧붙였다.

“바다는 생각보다 안전해요. 일기예보에서 위험하다고 할 때는 조심하면 되거든요”라며 민 선수는 바다를 바라보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어릴 적 물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해 바다가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다는 항상 회복성을 지니고 있고,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결국 회복을 향해 나아가죠.”

민 선수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바다와 공존하며 새로운 역할을 찾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조직 내에서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된 지금, 개인 또한 민진영 선수처럼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탐구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야만 우리 사회는 보다 밝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현재 민 선수는 요트 선수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녀는 선수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산이든 강이든, 바다든 말이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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