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해결법, 바로 가르치는 순서에 있죠" 민경우, '수학공부, 순서를 바꾸면 빨라집니다' 출간
"교육과정이 수능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착각...수학 어려울수록, 공부 순서 바꿔야"
여기 젊은 시절 서울대 의대를 입학했다가, 다시 시험을 치르고 서울대 국사학과를 재입학했던 한 괴짜 수학 선생이 있다. 사회운동을 하던 그는 생계를 위해 결국 사교육 수학강사가 되기로 하는데 곧장 대치동으로 가지 않고 일부러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학원을 차렸다.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꿈꾸는 그는 바로 민경우 수학교육연구소장이다.
처음에는 고등학생을 주로 가르쳤다. 하지만 이미 고등학생이 된 수포자 학생들은 사실 단기간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점점 대상 학년을 낮추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내려가게 되는데, 어린 학생들과 보다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분수의 덧셈입니다. 통분을 가르치다 지친 그는 한번 분수 대신 중학교 때 나오는 ‘루트’를 먼저 가르쳐 보았다. 그런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들이 루트의 계산을 통분보다 쉽게 이해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학생들은 자신이 벌써 루트를 푼다는 사실에 우쭐해하며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게 되기까지 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가르치는 내용의 순서를'수능에 필요한 것부터’ 가르치는 방법으로 통째로 바꾸기로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고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단기간에 수능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 나왔던 것이다.”
“교육과정이 수능에 맞게 차근차근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입니다. 현재 교육과정은 즉 수능에서 쓰이지 않는 부분에 너무 많은 힘을 빼버리게 만들고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고2나 되어서야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나름대로 차근차근 열심히 공부해오던 학생들 대다수가 결국 수학에서 낭패를 보는 이유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과 이차방정식 풀이 수업을 하는 민경우 원장. 학생들은 직접 이렇게 칠판에 직접 풀이를 하는 수업형태를 재밌어한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세 가지다. 첫째, 내신에 구애받지 않는 초4~중1시기에 집중해서 수능에 중요한 것을 가르칠 것. 둘째, 다른 단원보다 수학의 골자가 되는 지수/루트/로그 /방정식/함수를 먼저 가르칠 것. 셋째, 중학교 교육과정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클리드 기하에 너무 힘을 빼지 말 것.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능 수학의 기반이 되는 부분부터 먼저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며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부의 본질이 선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단 제대로 된 선행을 해야 하죠. 무조건 대치동에서 스파르타식으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을 더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두뇌가 좋은 아이들은 차근차근 공부해도 서울대에 가죠. 그러나 평범한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공부한 대가는 참혹합니다. 수포자의 해결법은 바로 가르치는 순서에 있습니다.”
순서를 바꿔서 중요한 부분을 먼저, 더 많이 공부해야 수학지능이 평범한 아이들도 승산이 생긴다, 이것이 그가 신간 <수학공부, 순서를 바꾸면 빨라집니다>에 담은 인사이트다. 3명 중 1명이 수포자라는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현실, 그만의 수포자 솔루션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