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중의 북트렌드] (108) 리더가 독서해야 하는 이유

2025-02-04

 2016년,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브렉시트’라는 단어는 갑자기 전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었다. 영국 내 검색 엔진에서 ‘EU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폭증했다. 투표를 한 후에야 많은 이들이 유럽연합의 역할과 중요성을 궁금해했다.

  충분한 정보 없이, 깊은 사고 없이 이루어진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리더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깊이 있는 사고 없이 조직의 방향을 결정한다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이 될 수도 있다. 

 시인이며, 전 청와대 연설 비서관인 신동호 작가의《대통령의 독서》는,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대통령은 더더욱 그런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역대 대통령들의 독서를 분석하며, 책이 어떻게 지도자의 가치관과 정책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도 CEO의 말 한마디가 경제를 흔들고, 관계를 변화시키며, 회사의 문화까지도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사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김대중 대통령은 감옥에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었다.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그는, 대통령이 된 후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성장시켰다. 한 권의 책이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 되었고, 국정 운영의 밑바탕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법과 정의에 대한 책을 읽으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고민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책을 읽지 않는 정치는 나라를 추락시킨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독서가 국가의 미래를 설계했다. 

 책을 읽지 않는 대통령이 어떻게 경험과 직관만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을까. 국정 운영이란 단순한 현장 경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는 역사와 철학, 경제와 외교 등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리더는 유튜브 알고리즘과 측근들의 조언에 의존하게 된다. 편향된 정보에 빠지기 쉽고, 즉흥적인 결정이 반복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이를 수없이 목격했다. 독서 없는 국정 운영은 불안정하고, 감정적인 언어가 정책이 되는 순간 국가는 혼란을 맞이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언어는 단순하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며, 감정적이다. 그들은 정치적 구호를 반복하며, 근거 없는 확신을 말한다.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의 언어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며, 소통할 수 있다. 몇 분만 들어보면 지금 이 사람이 책을 읽는 사람인지 아닌지 느껴진다. 리더의 언어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읽은 책이 그의 사고를 만들고, 그의 사고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어떤 리더를 원하는가. 말을 잘하는 리더인가. 깊이 고민하는 리더인가. 단순한 구호만 외치는 리더인가, 책을 통해 시대를 읽고 정책을 고민하는 리더인가. 《대통령의 독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독서는 단순한 개인의 성장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혐오와 오해, 분열이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독서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감정적 선동이 아닌 이성적 토론이 가능해진다.

 독서를 통해, 과거의 경험을 배우고, 현재를 분석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을 생각한다. 그래서 책 읽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 리더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대통령의 독서》 (신동호 지음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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