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노가리 먹태....이 국민생선은 “이름이 43가지래요”[BOOK]

2025-03-07

명태 평전

주강현 지음

바다위의정원

국민생선 명태가 동해에서 소멸된 지 20년 가까이 된다. 동해 깊은 바다에서 살다가 겨울이면 함경도, 강원도 연안으로 회유하던 찬바다 물고기 명태는 동해 해수온도 상승으로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2000년대 초반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제 우리 밥상에는 원양에서 잡힌 명태만 오른다.

해양문화사가인 주강현 전 국립해양박물관장이 지은 『명태 평전』은 기후변화의 후폭풍으로 우리 곁을 떠난 최애 바닷물고기 명태에 헌정하는 현대어보다. 사람이 아닌 명태에 바치는 이 평전은 그야말로 명태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서해 조기 소멸 기록인 『조기 평전』과 『독도강치 멸종사』 『세계의 어시장』과 함께 해양생물을 주제로 지은이가 펴낸 네 번째 책이다. 명태와 관련한 조선시대 문헌과 일본, 북한의 자료에다가 강원 동해안 어민과 덕장 작업인들의 생생한 구술까지 더해 ‘물고기 한 마리당 한 권’의 책을 엮는 출간을 이어 가고 있다.

1981년 14만톤이었던 명태 어획량은 2010년엔 2톤으로 줄었으며 2020년엔 명맥이 끊겼다. 강원도 거진, 아야진, 속초 청초동, 주문진 등 명태잡이 거점 어민들은 조업을 중단한 지 오래됐다.

명태는 대구과 명태속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한국에서 명태에 관한 기록은 비교적 늦은 시기인 조선 후기 17세기에 처음 등장한다. 1652년 사옹원 관리가 강원도 10월 분 진상품에 대한 폐해를 보고하는 가운데 대구 알과 함께 명태 알을 언급했다. 그 후론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제사상에 오르는 ‘절을 받는 물고기’가 됐으며 ‘액막이 물고기’로 굿판과 고사에도 단골로 출연한다. 북어대가리는 도처에 걸린다.

원래 함경도 앞바다가 명태 주어장이었지만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대거 월남한 어민들이 강원도 해안에 자리 잡으면서 함경도 아바이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명태가 소멸하면서 원양태가 들어온 지 벌써 40년이나 됐다. 냉동과 해동이 교차되는 가운데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하는 황태덕장의 본적지는 두말할 것 없이 평창 횡계리다. 반면에 황태를 새롭게 알린 곳은 인제의 용대리다. 하나는 대관령, 다른 하나는 진부령에 위치해 영 너머로 오가는 바람을 이용해 황금색 명태를 창조한다. 전국 황태의 7할이 용대리에서 생산된다.

명태와 관련된 명칭은 수없이 많다. 생것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 또는 황태, 반건조한 건 코다리라고 부른다. 새끼 명태는 노가리다. 황태 중에도 추워서 하얗게 질려버린 걸 백태라 하고 날씨가 따뜻해 얼지 않은 채 마른 걸 먹태, 찐태라 한다. 아야진 어민은 “명태가 이름이 43가지래요”라고 전했다.

많은 문인이 명태의 추억을 노래했다. 1952년 부산에서 양명문이 작사하고 변훈이 작곡한 가곡 ‘명태’가 등장한 이래로 명태는 늘 술안주처럼 일상에 등장했다. 북어를 뜻하는 ‘원산말뚝’에 소주 한잔이라는 실향민의 말도 재밌다.

탕, 찌개, 조림, 찜, 구이, 식해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해 먹는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이었다. 껍질까지 먹으며 백미는 내장이다. 알로는 명란젓, 창자 밸로는 창란젓을 만들며 아가미로는 아가미젓을 만든다. 애(간)로 끓이는 애탕은 별미다. 먼저 알과 애, 곤이 등을 끓여 건져 낸 다음 두툼한 애는 난도질하듯 잘게 썰고 마늘과 고춧가루 등을 넣어 알, 곤이와 함께 다시 끓여 내면 얼큰하고 시원한 애탕이 완성된다. 원양태가 보편화되면서 신선한 곤이나 애를 구하기 어려워져 애탕의 옛 맛은 거의 사라졌다.

사라진 동해 명태는 단순히 생선이 아니었다. 온 국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한 거대한 문화였다. 이제는 명태문화도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있다. 이 책은 살아 있는 ‘명태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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