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금 반환 장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반 전세 계약을 대상으로 한 반환 보증까지 더하면 주거시장 위험이 사실상 ‘공공부채’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이 개인 보증금을 대신 갚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는 중이라고 우려한다.
8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HUG의 임대보증금보증 대위변제액은 1조 60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 517억 원)보다 53% 늘어난 수치다. 2022년(672억 원)과 비교하면 2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HUG가 세입자에게 직접 지급한 현금성 손실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이미 6969억 원이 지급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제도는 등록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주택에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가입자는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이지만, 구조는 다른 일반적 계약에 적용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같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HUG가 세입자 대신 보증금을 갚아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올해 들어 전세보증 사고액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착시 효과’라는 반론도 나온다. 지금의 시장 구조가 유지될 경우 전세보증 사고는 언제든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2023년과 지난해 각각 4조5000억 원 안팎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줄고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액과 달리 등록임대 부문에서는 오히려 대위변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22년 이후 불거진 이른바 ‘전세사기’ 사태로 위험도가 높은 임대인들이 이미 한꺼번에 부도 처리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의 감소세는 정책 효과가 아니라 시장이 한 차례 붕괴하며 자연히 줄어든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