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우려' 들끓는데…트럼프, 연휴 밥상에 ‘이념·전쟁·이민’ 올렸다

2025-11-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25일(현지시간) 전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이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민자 차단, 군을 동원한 치안 강화, 전쟁 종식 등을 자신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반면 최근 급격한 지지율 이탈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 물가 등 경제 정책과 관련한 메시지는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잘 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에 그쳤다. 추수감사절 연휴는 한국의 추석처럼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여론의 움직임을 결정할 중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칠면조 이름을 ‘척’과 ‘낸시’로 할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칠면조 사면식’에서 고블(Gobble)과 웨들(Waddle)이라고 이름 붙인 칠면조 두 마리를 사면했다. 일부 칠면조가 추수감사절에 도축되지 않도록 대통령의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백악관의 전통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이들을 ‘척’과 ‘낸시’로 부를까 했지만, 그들에 대해선 내가 절대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척과 낸시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야당 인사를 뜻한다. 이들에 대해선 비유적인 의미의 사면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사면한 칠면조에 대해 “졸린 바이든이 오토펜(자동 서명기)로 사면했기 때문에 무효”라며 “(바이든의 아들) 헌터는 어디 있지? 아, 헌터는 괜찮다”고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 직전 아들을 사면한 것을 비판한 말이다.

“뚱뚱한 게으름뱅이 아니면 시카고도 軍 투입”

트럼프 대통령은 전 정부에 대한 공격에 이어 “우리는 범죄에 강경한 행정부”라며 “우리가 가진 통계에 따르면 (남미)감옥과 정신병원에서 쏟아져 들어왔던 갱단원과 마약상 유입이 7개월 연속 제로(0)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군을 투입해 노숙자 등을 추방한 워싱턴을 예로 들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범죄가 난무했던 워싱턴이 이제 완전히 안전한 도시가 됐다”며 “감옥에서 나온 1700명의 직업 범죄자들과 베네수엘라 등에서 유입된 사람들을 추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능한 시장과 뚱뚱한 게으름뱅이 주지사만 아니었다면 시카고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시장이 있는 일리노이주 시카고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 추수감사절을 목표로 진행했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 “나는 9개월만에 8개의 전쟁을 종식시켰고 마지막 (우크라이나)전쟁도 해결 중”이라며 “우리는 곧 목표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가에 대해선 또 ‘월마트 키트’ 제시

반면 추수감사절을 앞둔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물가 등 경제와 관련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물가 불안과 관련해선 또 다시 “월마트의 추수감사절 상품 가격이 1년 전보다 25달러나 낮아졌다”는 말을 반복하며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추수감사절 식사 키트가 지난해보다 저렴해졌다는 말을 반복하며 이를 자신의 물가 정책의 성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며 월마트는 해당 키트의 구성품을 줄여 가격을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지난 7월 발효된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을 내세워 “중산층을 위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동맹국을 압박해 유치한 대미 투자와 관련 “9개월 만에 18조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늘고 교회들도 돌아오고 있다”며 “이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을 다시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놀라운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7개월만에 최저치 된 소비자신뢰지수

추수감사절 ‘밥상’에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올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이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달보다 6.8포인트 하락한 88.7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만의 최저치로,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현재의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더 부정적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미래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8.6포인트 떨어진 63.2에 그쳤다. 기대지수가 80보다 낮으면 경기침체를 앞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은 특히 1년 뒤 인플레이션이 4.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목표 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콘퍼런스보드는 “미래 경제에 대한 전망이 뚜렷하게 비관적이 됐다”며 “노동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상승세를 보였던 가계소득 증가 기대치까지 크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경제 정책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급격하게 끌어내리고 있다. CBS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6%를 기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물가 정책을 비판하며 당선됐지만 경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40%)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 됐다는 뜻이다.

공화당 지지자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81%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88%를 기록했던 지난 3월과 비교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락세는 이달 초 물가 문제를 내세워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미니 지선’ 이후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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