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회의론도 제기된다. 한인 밀집 지역에 코리안 데스크를 만들어 범죄율 감소에 이바지했던 필리핀의 사례를 염두에 둔 조치지만, 캄보디아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을 때, 이에 앞서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 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했다. 경찰청도 23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에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 공조에 소극적인 캄보디아

문제는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공조를 요청했는데 6건에 대해서만 답을 받았다. 캄보디아 경찰청에 한국 경찰관을 직접 파견하는 방식을 설득하려면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베트남에서는 한국 경찰력이 직접 투입된 필리핀과 달리 ‘한국어가 가능한 베트남 공안이 한국 사건을 전담’하는 코리안데스크가 설치되기도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다는 평가다. 캄보디아가 필리핀이 아닌 베트남식 모델로 절충을 원할 경우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직 동남아권 대사는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하기 위해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배합한 지난한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관 직무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기 어려운 한계를 고려한 방안이다. “한인 사회, 현지 경찰과 유대감을 쌓으면서 장기적으로 코리안데스크 설치 등을 위한 토양을 다질 수 있다”(전직 대사관 경찰 영사)는 이점도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가나 정부가 항만 위주 경비만 고수하면서 해군 경비함 불과 10여척이 약 500㎞의 해안선을 지키는 상황이었다. “소요사태를 겪지 않고 인접국과 특별한 충돌도 없다. 해상경비를 늘리지 않는 건 평화롭단 증거”라는 게 가나 정부의 논리였다.
이에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직무 파견 경찰을 늘리는 방안을 비롯해 관계 당국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