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국인 아니에요”…대만인들 사이서 韓 여행 ‘필수템’ 된 배지, 왜

2025-10-14

최근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내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커지면서 일부 대만 관광객들이 자신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대만인 배지’를 착용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52만539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45만1496명)보다 16.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다만 여름 휴가철이던 지난 8월(61만3177명)보다는 감소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었다. 8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0만5000명으로, 올해 1월(36만4000명)보다 1.7배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57만8000명)을 넘어선 수치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일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반중(反中)’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강성 보수단체 ‘민초결사대’는 이달 10일 오후 7시 30분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반중 시위를 열었다.

참가자 약 250명은 빗속에서 “반국가세력 척결”, “짱깨 OUT”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을지로1가와 세종대로를 거쳐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경찰이 “특정 국가를 혐오하는 구호를 즉시 멈춰달라”고 경고하자 시위대는 “경찰은 우리를 안 지키고 누굴 지키냐”고 맞섰다. 시위는 약 2시간 30분간 이어졌으며 비로 행인이 적은 탓에 큰 충돌은 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만 관광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만과 중국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중국어)가 같아 외형상 중국인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달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요즘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심한데,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는 글과 함께 ‘대만 사람이에요’라고 한글로 적힌 배지 사진이 올라왔다. 배지에는 대만 국기(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든 캐리커처와 '나는 대만사람입니다(I'm from taiwan)'라는 영문 문구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대만 누리꾼들은 “한국인이 중국인과 대만인을 구별하기 어렵다”, “택시 기사나 상점 주인은 여전히 혼동한다”고 우려했다. 일부는 “일본에서도 코로나19 때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대만 국기 배지를 달고 다녔다”고 전했다. 한 누리꾼은 "한국에 방문 시 이 배지를 달았는데, 점원이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걸 느꼈다"고 경험담을 남기기도 했다.

대만인들의 이런 우려는 지난달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9월에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대만 국적 여성 유튜버 A씨가 한국인 남성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해 남성들은 A씨에게 "하룻밤을 함께하자"며 신체 접촉을 시도하다 거부당하자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멍이 든 신체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전했다. 당시 경찰은 가해자를 중국 국적의 20대 남성이라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한국인으로 정정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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