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역차별’에 대응 지시?

2025-10-12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여러 현안으로 골몰하실 때, 공개서한 드리게 됐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께도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 시사 후 발뺌한 문제로 글을 썼었지요. 이처럼 민주당 출신 대통령께만 공개서한을 적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어떤 희망에서일 겁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님의 시각이, 진보 측 정치인이 자기 진영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했던 ‘해일 오는데 조개 줍냐’ 같은 것은 아닐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대통령 지시로 성평등가족부가 남성 ‘역차별’에 대응한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여자가 무시할까봐, 여자는 남자가 죽일까봐 두려워한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오래전 했던 이 말은 한국 사회 현재의 젠더 위계를 적확히 포착합니다. 그러나 동서양 여자 공히 남자의 ‘기분’을 망쳐 삶의 ‘기본’,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점이 같아 뵈지만, 실상은 아주 다릅니다. 한국 여성사에는 ‘환향녀’ ‘위안부’ ‘기생관광’ ‘기지촌’ 등 서구 여성사에는 없는 특이점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조선시대 이래 지금까지 한반도에 거주했던 여성들이 남성으로 표상된 왕실, 국가, 정부에 의해 한 번도 보호받은 적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상과 전쟁 등의 위기에서 가정과 여성 보호를 명분 삼아 가부장제를 정당화해온 서구 남성사와 달리, 한국 남성사는 위기나 기회 앞에서 자국 여성을 상대국 남성의 손에 밀어 넣어 여성의 존엄을 지우며 가부장제를 유지해왔습니다.

해방 후 정부는 일본 남성들의 한국행 ‘기생관광’을 막지 않았고, 박정희 정권은 미군 상대 기지촌 여성을 ‘민간 외교관’으로 치켜세우며 달러를 챙겼지요.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 캐서린 문은 미군으로부터 당시 기지촌 여성을 보호하지 않은 한국 정부에 대한 그녀들의 분노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위안부’ 문제로 일본에 사과를 요구했던 한국의 어떤 ‘진보’ 정권도 정작 자국 여성의 존엄을 지키지 않은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성폭행 ‘현장’ 소라넷 폐쇄는 정부의 성과인가요. n번방 추적과 주범 검거는 경찰의 업적인지요. 피해자가 수십 번 신고할 동안 수사당국은 스토킹 살해범에게 뭘 했나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임금 격차 최하위나 여성에게 편중된 돌봄노동에 대한 제도개선 요구는 차라리 사치였나 봅니다. 이처럼 아직도 여성 보호에 미온적이기만 한 대한민국인데, 그곳의 대통령이 성평등 부처에 남성 ‘역차별’ 대응을 지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한국 남성 징집은 군에서의 1년 반을 억울함과 박탈감으로 점철시킨 한국군의 비민주적 낙후성으로 접근해야지, ‘역차별’로 바꿔치기해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여성이 군에 간다고 억울하게 뺏긴 남성들의 시간이 충만해질까요. 여성 군인도 군에서 죽는걸요.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은 전문가들도 그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만큼, 대통령의 특별 주문 없이도 한국 성평등에 관한 장관의 임무를 철저히 해낼 겁니다. 그러니 성평등 주무 부처에 세계 어떤 나라 행정수반도 하지 않을 ‘남성 역차별 대응’이라는 지시 대신, 그저 믿고 지켜봐주시길 유권자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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