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숙박이 막히면 한류도 막힌다

2025-08-25

“인도인들은 왜 다들 법을 어길까요?” 인도에는 준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법과 규정이 있고 일상생활 거의 모든 행동이 법을 위반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뭄바이에서 더운 날 맥주 한 잔을 마셔도 이를 위한 허가증이 없으면 '봄베이 금지법(Bombay Prohibition Act) 1949'에 의거해 불법이 된다.

에어비앤비는 10월부터 미신고 숙소를 전면 퇴출한다. '영업신고'라는 제도적 문턱을 넘지 못한 개인 호스트들이 시장에서 대거 빠질 전망이다. 영업 신고의 절차가 다소 복잡하기 때문이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법 요건을 충족하려면 사업자등록증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숙박업 신고증이 필요하다. 집주인이 실거주까지 해야 한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최근 K팝, K뷰티, K드라마 등 K컬처를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와 같은 팬덤 여행 패키지부터 개별 관광객의 '덕질 투어'까지 다양하다. 이들에게 숙박은 필수 인프라다. 선택지가 줄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숙소 잡기가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한류 관광 열기가 식을 우려도 나온다.

해결책은 정부가 쥐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려면 실거주 요건, 내국인 제한, 건축물 제한 등을 충족해야 한다. 규제 현실과 글로벌 숙박 트렌드가 어긋나는 셈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 없이 숙소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관광 산업은 숙박, 교통, 콘텐츠가 어우러져 돌아가는 생태계다. 특정 분야에서 병목이 생기면 전체 흐름이 막힌다.

복잡하고 과도한 규제와 처벌은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손해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숙박 접근성은 K컬처 산업의 뒷받침이자 관광 경쟁력의 핵심이다. 한류 열풍에 올라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서는 안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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