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도널드 트럼프가 45대에 이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재입성한 지 72일째 되는 날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5일 대선 투표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유권자들과 만난 선거운동 기간을 스스로 “분노의 72일(72 days of fury)”이라고 부른다. 소위 분노한 유권자들이 자신을 당선시켰다는 신념을 등에 업고 취임하였는데 이후 72일이 유례없는 혼돈의 나날로 이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는 관세율 엄포, 외교·안보 전략 수정, 적대적 이민자 정책 등 온통 미국 우선주의 일색이다. 캐나다와 그린란드를 미국의 51번째와 52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대목에서는 대체로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지난주 미국 부통령 JD 밴스의 그린란드 방문에 현지인들은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을 ‘Make America Go Away(미국을 꺼지게 해달라)’로 패러디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트럼프의 언행을 그나마 해석해보고 동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 화제인데 지난 2월 출간된 마이클 울프의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How Trump Recaptured America)』이다. 울프는 이 책 외에도 트럼프에 관한 책을 3권이나 쓴 바 있고 2018년에 출간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200만 부가 팔렸다. 그는 2017년 책을 위해 트럼프 측에 취재를 요청했고 그 결과 200여 일간 백악관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그가 엿본 것은 트럼프의 상식 밖의 행보, 그리고 백악관 참모들의 비전문성과 분열이라고 했다. 주목받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반기는 트럼프가 별생각 없이 자신의 취재에 응했다가 뒤늦게 출간을 앞두고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냈다고 한다.
울프는 대학생 시절 뉴욕타임스에서 원고 심부름을 하는 카피 보이(copy boy)로 시작해 그 후 뉴욕 매거진, 베니티 페어, USA투데이 등 유력 매체에서 글을 쓰며 수상 경력도 많은 베테랑이다. 그가 분석한 트럼프의 동기는 단순명료하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무려 14년간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를 진행하면서 터득한 것이 있다면 대립에 대립을 이어 나가야만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이라고 말한다. 트럼프의 동기가 세상의 관심이라면 그는 이미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그의 성공이 지구촌 공동체뿐 아니라 동맹국인 우리의 성공과는 전혀 별개로 보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