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파시즘

2025-03-31

농담 같은 거짓말이 허락되는 하루다. 교복을 바꿔 입거나 사랑 고백을 건네거나 제품의 표지를 바꿔서 출시하는 거짓말들이 오늘 하루를 조금 귀엽게 만들어줄 것이다. 프랑스에서 새해의 시작을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변경하면서, 이 소식을 미처 전해 듣지 못한 사람들이 생겨난 것을 보통 만우절의 유래로 드는데, 조선시대에도 첫눈 오는 날은 첫눈을 거짓말로 포장해서 선물하는 만우절이었다고 하니 사람들 사이의 귀여운 거짓말과 장난은 여기저기서 삶의 윤기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개인 간의 악의 없는 거짓말이 아닌, 집단 단위의 악의적인 거짓말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사기(詐欺)가 된다.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2023)에서 역사학 교수 페데리코 핀첼스타인은 파시스트들의 거짓말이 어떻게 “초월적 진실”로 받아들여졌는지 밝힌다. “조직화된 거짓말은 파시즘의 특징이다. 지도부가 정해준 사실(그리고 거짓말)만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정한 집단을 공격하거나 역사적 판단을 바꾸는 지도부의 거짓말은 파시즘의 추종자들에게 지극한 진실, 깊은 무의식에 연결된 신화적 진실이 된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확인된 진실이 아닌 직관적인 파괴적 충동이 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진실’을 체화한 지도자의 의식에 오류가 없다는 믿음이 법과 과학을 대체한다. “파시즘은 과학적 검증 가능성을 폐기하고 정치적 인식에 대한 역사의 흐름을 사실상 바꿔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을 황당한 거짓말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대통령의 발언이 하나의 진실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진실’이 역사적 진실이 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 속 파시스트들은 이미 거짓말이 역사를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로부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던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마지막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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