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 소각의무' 상법 개정안 통과 코앞, 씨젠 '2000억' 자사주 어떡하나

2025-10-22

[비즈한국] PCR 분자진단 기업 씨젠이 자사주(자기주식) 활용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지만 기존 보유한 자사주까지 소각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반기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사주 활용에 적극 나선 가운데 씨젠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젠은 지난달 8일 기준 총 발행주식의 11.7%, 1986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수혜가 끝난 상황에서 씨젠은 미래 성장엔진 장착을 위해 자사주를 기업 M&A(인수합병) 및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기술공유사업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IT 기업 브렉스와 펜타웍스를 인수했는데 이때 5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활용해 현금 사용 비중을 낮췄다. 올 2월에도 주문형 자동화장비 업체 단디메카 인수에 1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용했다.

하지만 오는 11월 정기 국회에서 자사주를 취득하면 소각하도록 강제하는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사주를 장기적으로 활용하려는 씨젠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씨젠 관계자는 “법률 개정 방향을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내부적으로 대응법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은 통상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평가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 순이익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통상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나 임직원 상여, 퇴직금 등으로 자사주를 활용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법 개정안 통과에 대비해 자사주를 유동화하기 위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EB는 기업이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으면서 주당 가격을 현재 주가보다 10~30% 높게 설정할 수 있어 자사주를 ​비싸게 ​매각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신주를 발행해 주주가치 희석이 예정된 전환사채(CB)와 달리 기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달 들어 종근당홀딩스와 광동제약이 EB를 발행하기로 했고, 보로노이는 360억 원 상당의 EB 발행을 마쳤다. 지난달에는 종근당을 포함한 제약바이오 기업 7곳이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을 결정했다. 올 3월 동구바이오제약, 4월 삼일제약, 7월 환인제약, 8월 펩트론이 EB 발행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연말이 가까울수록 제약바이오기업의 움직임이 바빠진 모양새다.

자사주 매각도 활발하다. 광동제약은 지난달 30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22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팔았다. 외주생산이나 자재확보 사업에서 협력 중인 금비와 삼화왕관, 삼양패키징 등에 처분했다. 환인제약은 7월 유통물량을 늘리고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122억 원가량의 자사주를, 진양제약은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명목으로 2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팔았다.

자사주 소각 대신 매각하거나 EB를 발행하는 데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기업에는 자금을 조달해 미래 성장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만, 주주들은 이러한 투자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자사주를 소각해 주당 순이익을 높이기를 바란다. 온라인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는 “자사주를 사업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기업들에는 찬물을 끼얹는 것이지만, 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자사주를 교환사채로 발행하는 기업들이 급증하는 것은 오히려 법률의 당위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면서 “오너 등 대주주들이 우호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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