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연이은 금융사고로 훼손된 금융산업과 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를 하루 빨리 회복시켜야 합니다"
은행권 금융사고가 잇달아 적발된 탓에 최근 나온 발언 같지만 정확히 10년 전인 2014년 11월 당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했던 내용이다. 강산도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연이은 금융사고'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우리금융그룹은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 자체 금융사고로도, 다른 금융회사 사고와 비교할 때도 '우리금융' '우리은행'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2014년 12월 우리은행은 이광구 신임 은행장을 맞았다. 당시 이 행장은 민영화 달성 및 2016년부터 1조원 이상의 이익, 인도네시아 영업 확대 등을 통한 해외 수익 비중 증가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실적 공언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우리은행은 약속을 모두 지켜냈다. 더 10년 전인 2004년에는 당시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김정태 국민은행장과 국내 1등 은행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그만큼 우리은행 기세가 만만찮았다는 뜻이다. 20년이 흐른 지금, 450억원 규모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피의자 신분이 된 우리은행장과 구속 영장심사를 받은 손 전 회장을 보며 뜬금없이 옛 생각이 났다.
사건의 경과를 돌이켜 보면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우리은행 대출 담장 직원은 서류 진위 확인을 누락하거나 담보·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았고, 대출을 받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등도 용도에 맞지 않게 대출금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잘못을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은행이 지난 20년간 쌓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IT 업계에선 '휴먼웨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회사가 성과를 내려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하고 아무리 좋은 시설과 시스템을 갖췄다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사고가 터진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은 최첨단 IT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누적되는 각종 고객 정보를 분석해 영업에 활용해 왔다. 이런 정보 분석은 은행의 영업 전략 구축 및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도덕과 염치는 쏙 빠졌고, 결국 '금융사고 은행' 오명을 얻었다. 담당 임직원들이 '기본적인' 업무 준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했다면 금융사고는 충분히 끊어낼 수 있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새 옷을 입기를 바란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최근 조직 쇄신을 위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쇄신은 행장이 직을 내려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금융이 '피의자' '구속 영장' 등과 같은 험한 수식어를 또 얻지 않으려면 임직원들이 자신의 존재 기반을 깨닫고, 기본 윤리의식을 갖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금융의 본질적인 존재 기반은 고객의 신뢰다. 고객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는 더 이상 금융회사일 수 없다. 우리금융 임직원들의 깊은 자성(自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