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장례 해줄거야”…지하철에 아기 시신 버린 19세女

2025-08-31

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예정되지 않은 이별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30일 새벽, 찬 공기가 방 안까지 파고들었다.

숨조차 시릴 만큼 서늘한 공기 속에서 갑작스러운 통증이 배를 가르듯 몰려왔다. 예정일까지 한 달이나 남았는데, 믿을 수 없었다. 한참을 복도에 주저앉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누르며 몸을 움켜쥐었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조차 위로가 되지 못하는 밤, 소녀는 홀로 화장실로 몸을 옮겼다. 낯설고 차가운 타일 위에 웅크린 작은 몸.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는 그곳에서 혼자 세상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짧고도 낮은 비명 소리.

그리고, 이 세상에 겨우 발을 내민 작은 생명.

그 울음은 시작도 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작은 손가락은 힘없이 축 늘어졌고, 가녀린 숨결은 금세 꺼질 듯 위태로웠다.

소녀는 떨리는 손으로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려보았다. 그러나 젖은 나오지 않았다. 서툰 손길로 분유를 타서 먹여도 보았지만, 아기는 끝내 한 모금도 삼키지 못했다.

세 시간 남짓, 차갑고 무정한 새벽 공기 속에서 작은 심장은 조용히 멈추었다. 아무도 그 자리에 없었다. 오직 소녀와 품속에서 차츰 식어가는 작은 생명만이 존재했다.

그녀는 덜덜 떨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두려움, 끝내 닿지 못한 도움의 손길. 타국에서의 출산은 그녀에게 단순한 시련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잔혹한 고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녀는 깨달았다.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고, 가장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가장 깊은 상처로 남긴다는 것을.

쇼핑백 속의 생명

3월 31일 밤,

축축하게 내려앉은 봄비가 역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차갑게 스미는 바람이 가로등 불빛을 흔들자 길 위에는 더욱 쓸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경보음처럼 전해진 112신고 문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모의 버림일까, 절망 속 극단적인 선택일까, 혹은 잔혹한 학대의 끝일까.

곧장 현장으로 향하는 동안 수많은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밤에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역.

그 3번 출구 안쪽 계단, 어둠에 묻힌 한켠에 빛바랜 종이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조명에 비친 그 모습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고, 무언가 말없이 존재를 드러내는 듯했다.

주변은 이미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시민들 사이로 무겁게 깔린 침묵이 흘렀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떨리는 손끝으로 쇼핑백을 열어보았다.

흰 수건에 곱게 감싸인 작은 몸.

노란 아기 옷과 흰 양말이 정성스레 채워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마지막까지 아이를 품으려 했던 듯한 흔적.

그러나 그 조그만 몸에서는 더 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잠든 듯 고요했지만, 영영 깨어나지 못할 침묵이었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떤 사연 속에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 순간 떠오른 감정은 분노나 원망이 아니었다.

차라리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함, 그리고 너무 늦게 닿아버린 안타까움이었다.

아기를 남기고 떠난 발자취를 쫓아…

우리는 그 아기를 두고 간 사람을 찾아 나섰다.

역 주변을 비추던 CCTV 화면은 무심한 듯 흘러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담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 다른 결을 가진 한 장면이 숨어 있었다.

쇼핑백을 움켜쥔 작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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