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실과 노력

2025-09-17

불소중독이 걱정되어 양치를 성실하게는 하지 않아 치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나지만, 원내생 생활을 하다보니 치실을 직접 적용하고 사용할 일이 많아졌다. 러버댐 장착 전 치실로 인접면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임플란트 환자의 구내 관리를 위해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치실과 슈퍼플로스로 치간 청소를 하는걸 옵저하며 저 얇디 얇은 실이 구강 건강에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끼곤 한다.

이렇게나 유용한 치실을 호기롭게 주욱 뽑아서 사용하려다 보면 한 가지 딜레마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실제 치간을 청소하며 쓰이는 치실은 몇 센티 안되는데 이를 손가락에 묶어 사용하기 위해 너무 많은 치실을 뽑아 써야한다는 것이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자원을 아껴쓰려는 마음은 일말도 없지만 그래도 병원의 원가보전율에 조금이나 보탬이 되고자 최대한 짧은 길이로 뽑아쓰려 했는데 길이가 조금만 부족해도 치실의 사용 자체가 불편하고 걸리적거렸다. 긴 치실에서 치태 제거에 실제로 쓰이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그 미약한 부분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언뜻 쓰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꼭 필요한 나머지 대부분 길이의 치실이 필요했던 것이다.

노력의 성질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성취를 위해 사용되는 치실 길이만큼의 필요최소한의 노력만 하면 그 노력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과한 노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필요이상의 노력을 할 때에 비로소 그 노력이라는 치실의 일부가 결실을 맺게 된다. 필요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던 노력들이 사실은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은 가장 필요한 부분인 것이다.

재능 있고 영민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루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뛰어난 암기력과 이해력을 바탕으로 공부를 한다기보단 엉덩이와 씨름하고 주변 친구들이 귀찮게 질문해대며 겨우겨우 친구들의 뒤꽁무니를 따르는 형편이었다. 애석하게도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원내생 생활이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지만, 이 노력을 길게 길게 뽑아 쓰며 나만의 치실을 만들어 가려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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