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강원도 양구군 최전방 철책선에서 경계 근무를 하던 중 의문사한 고 김영민 소위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당시 군 수사기관이 부실하게 초동조사를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정하정)는 김 소위의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김 소위 모친과 형에게 각각 5000만원과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지난달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원고(유족)와 피고(정부)가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확정됐다.
김 소위는 1982년 9월22일 새벽 초소에서 이마에 M16소총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소위의 형은 동생의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왼쪽 다리 정강이에 군화로 채인 자국, 얼굴에 난 상처 등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군 당국은 이를 조사하지 않고 단순 자살로 결론 내렸다. 1983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는 김 소위의 모교 서강대의 합창반 ‘에밀레’가 부른 곡으로 김 소위의 죽음을 추모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김 소위 유족들은 군 수사기관이 김 소위의 사망 원인을 염세 비관에 의한 자살로 성급히 결론 내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군 수사기관은 이 사건 사망사고 바로 다음날부터 중요사건 보고서에 ‘망인이 염세 비관적인 일기를 남기고 총기 자살했다’고 기재하고, 같은 날 현장을 찾은 김 소위 유족들에게 자살을 인정할 것을 종용했다”며 “사건 초기부터 사실상 망인의 사망 원인을 개인 사정에 기인한 자살로 단정한 채 수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도 일부 인용됐다. 2018년 7월 권익위는 김 소위 형의 탄원서에 따라 군부대의 사건조사 보고서 등을 재분석한 뒤 국방부에 순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이를 수용했다. 재판부는 “(권익위도) 현장 조사 등이 불충분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군 수사기관이 초동수사 단계부터 진실규명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중략)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강석민 변호사(법무법인 백상)는 “이번 판결은 오래된 군 내부 사망 사건에서 군 수사기관이 서둘러 종결한 사건에 대해 조사 부실 책임을 물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