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신호수 배치, 신한중공업은 그게 그렇게 어려웠나"

12월 23일 신한중공업 하청노동자 지게차 깔림 사고 중대재해

신호수 없이 지게차 운행, 충돌 깔림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

사측 사고 보고서 '지게차 작업 시 신호수 미배치' 문구 삭제

금속노조 "모든 지게차 작업에 신호수(유도자) 배치하라" 요구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지난 12월 23일 오전 8시 2분쯤 신한중공업 3야드에서 275톤 이동식 크레인의 와이어로프를 점검(테이핑)하던 하청노동자가 후진하던 16톤 지게차 바퀴에 깔려 숨졌다. 재해자는 지게차가 오는 방향을 등지고 작업하고 있었다.

금속노조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울산운동본부는 27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와이어 체결과 테이핑 등 여러 작업을 해야 하는 재해자는 이러저리 방향을 바꾸는 지게차와의 충돌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며 "현장의 소음과 작업의 방향을 미뤄 볼 때 재해자는 다가오는 지게차를 인지하고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후진 후 방향 전환을 하던 지게차 운전자 역사 후방 카메라가 있었음에도 사각지대에 있는 재해자를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지게차 같은 차량계하역운반기계를 사용해 작업할 때 노동자와 부딪힐 위험이 있는 경우 신호수(유도자)를 배치하거나 노동자의 출입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신한중공업 3야드에서는 노동자 출입 통제도 없었고 신호수 배치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두 개의 하청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었지만 작업 전체를 관리감독할 원청 책임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노조는 "하청업체들의 혼재 작업 속에서 재해자는 신호수 없는 지게차 운행 등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한중공업이 작성한 '안전보건 위험성 등록/개선 계획서'에는 중량물을 운행할 때 신호수를 배치해야 한다고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호수 배치는 없었다.

사측이 사고 직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안전사고 즉보'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신호수 지시에 따른 작업 미이행(단독 작업)", "지게차 작업 관련 신호수 업무 인식 결여"라고 적시했다.

노조는 "신한중공업은 있지도 않은 신호수 지시에 따르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하고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사고 현장을 조사하지도 않고 사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게 된다"고 질타하고 "한 명의 신호수 배치, 그게 신한중공업은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몰아세웠다.

올해 들어 울산 조선 사업장 중대재해가 늘고 있다. 2월 12일과 10월 26일 현대중공업, 12월 18일 현대미포조선, 12월 23일 신한중공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금속노조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울산운동본부는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고 현장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춰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한중공업에 협력업체 혼재 작업 시 작업총괄 책임자 배치, 모든 지게차 작업에 신호수 배치, 지게차 사각지대 위험 감지를 위한 안전장치 보강, 크레인 및 지게차 작업자 직고용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