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를 살 때처럼 실제로 사보지 않으면 진짜 품질을 알 수 없는 재화가 거래되는 시장을 레몬시장이라고 한다.
경제학에서 레몬시장 이론은 정보 비대칭성을 설명하는 대표 이론이다. 판매자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지만 구매자는 그렇지 않아서 질이 낮은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티웨이항공 소액주주연대는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이 진행하는 이번 합병이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이뤄진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근 소액주주연대는 나성훈 예림당 대표와 나춘호 예림당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및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주주가 지분 매각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 2월 주주 서한을 통해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적대적 M&A(인수‧합병)로부터 회사를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엿새 뒤 태도를 바꿔 대명소노와 티웨이항공 모회사 티웨이홀딩스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소액주주연대가 티웨이항공과 대명소노 측에 투명한 인수 절차를 요구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이러한 결정이 주주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이뤄진 주주 기만 및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은 대명소노에 지분 400억원짜리를 시세보다 7배나 높은 2500억원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에게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
또한 이번 거래는 티웨이항공을 직접 판 것이 아닌 티웨이항공을 소유한 티웨이홀딩스를 우회적으로 매각한 것이다. 이처럼 핵심 자산인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이 간접적으로 넘어가는 방식은 티웨이항공 소액주주 입장에서 투명하지 못한 경영권 매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거래에는 티웨이항공의 기업 가치가 반영됐음에도 그 이익은 티웨이홀딩스의 대주주만 취했을 뿐 정작 티웨이항공 소액주주는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했다.
매각과정에서 소액주주를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소통하지 않은 것은 주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주주 평등의 원칙이란 주주가 주식 수에 비례해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같은 주식 1주를 갖고 있으면 동등한 정보 제공과 의결권, 이익 배당 등을 받는 것은 응당한 일이다.
하지만 소액주주연대는 매각과정을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여전히 주주명부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레몬시장 이론에서는 독립적인 제 삼자의 개입을 통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번 거래는 제 삼자의 개입이 불가능한 사적 계약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에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소액주주연대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균등한 정보 제공. 대주주에 상응하는 정보를 제공받고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대명소노는 유상증자, 에어프레미아 인수 등과 같은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44% 소액주주와의 촘촘한 소통을 우선해야 한다. 단기적인 외형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 신뢰다. 이를 외면할 경우 더 큰 시장 저항과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소액주주의 신뢰 없는 지배구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건 '몸집 키우기'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