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통상 협상이 타결되면서 대다수 업종이 15%의 관세 부담을 지게 됐지만 철강·알루미늄은 이마저도 부럽기만 하다. 여기에 내년부터 더욱 엄격해질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까지 이들을 기다리고 있어 삼중고가 예상된다.

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핵심 소재 품목은 기존 50%의 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협상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철강, 알루미늄, 구리는 포함되지 않았고 (기존 품목 관세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3월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263만톤의 면세 쿼터를 폐지했다. 지난 6월부터는 50%까지 올렸다. 업계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진전을 보이거나 특수강, 에너지용 파이프만이라도 예외 품목으로 지정되길 바라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관세 부과 영향은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25% 관세 부과 후 실시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설문 조사에서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 5곳 중 2곳(42.8%)이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올해 1분기 철강, 알루미늄 제품 대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8%, 7.6% 줄었다.
본격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온 CBAM도 골칫거리다. CBAM은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법안으로 국가 간 탄소 배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6개 품목(철강·알루미늄·비료·수소·시멘트·전력)에서 적용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인증서 구매가 의무화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CBAM 도입 후 국내 철강 업계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란봉투법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전날 여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중기중앙회 등은 노동쟁의 대상 확대 등으로 파업이 잦아지고 노사 갈등이 늘어날 것이라며 꾸준히 반대해왔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 노동조합(노조)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속해있는데 2021년 기준 금속노조에 가입한 479개 사업장 중 조합원이 300명 미만인 곳은 393곳(82.04%)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철강·알루미늄 업계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다른 나라도 철강은 거의 예외를 인정받은 적이 없었다. 미국의 철강 산업 보호 의지가 강해 50% 관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조선이니까 우리 철강 제품 등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른 나라도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추세이기에 국내 시장 강화를 위해 에너지 요금 보조처럼 단기적인 어려움이라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이번을 계기로 산업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국가 이익이 최대가 되도록 정부가 고민해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BAM에 대해서 이 실장은 "탄소세 부과 문제는 대기업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자기가 생산한 제품에 내재한 탄소에 대한 세금이 문제지만 중소기업은 원재료를 가공하는 경우가 많아 조달처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도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도 수소환원제철 등을 개발해야 한다"며 "그린 스틸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고 거기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 스틸은 탄소 순 배출량을 0에 가까운 상태로 저탄소강을 생산하는 친환경 철강을 뜻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을 두고 "정부는 업계가 받을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원·하청 관계나 노동자 임금 문제 등을 추가로 고려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하청 중소기업의 폐업과 근로자 실직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며 "기업 현장 및 근로자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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