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 “축구선수 68%, 부상 우려에 정신 건강 좀먹는다”

2024-10-10

잉글랜드·웨일스 축구 선수 노조(PFA)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부상 우려가 축구선수들의 정신 건강에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명 이상의 남녀 프로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익명 설문조사 결과, 68%가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정신 건강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고 10일 영국 BBC 등이 전했다.

PFA의 선수 웰빙 담당 이사인 마이클 베넷은 “축구 선수는 매우 불안정한 직업”이라며 “선수들이 주로 단기 계약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통제력이 거의 없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런 직업적 특성으로 부상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경기장에서의 실력 발휘(45%), 선발 제외에 대한 두려움(41%), 온라인에서 비방(28%) 등도 선수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코올 사용(17%)과 도박(15%)이 선수들의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비업무적’ 위험 요소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세계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을 앞두고 발표됐다. 축구계의 과도한 경기 일정과 그로 인한 선수들의 혹사가 논란이 되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로드리가 경기 수 증가로 인해 선수들이 파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국제적으로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와 여러 유럽 선수 노조들은 FIFA의 경기 일정 및 새로운 클럽 월드컵 도입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내년 6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리는 32개 팀 규모의 클럽 월드컵에 대해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부담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도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며 경기 수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 일정이 너무 많고, 이동도 많다. 선수들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데, 매우 어렵다”면서 “때로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는데, 그렇게 되면 부상 위험이 명백하게 커진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유로파리그,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을 소화하는 일정 중 햄스트링을 다쳐 요르단, 이라크와의 예선 연전에 나서지 못했다.

축구계의 이런 문제 제기에도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등 주요 축구 기구들은 오히려 대회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FIFA는 2025년부터 32개 팀이 참가하는 확대된 클럽 월드컵을 도입할 예정이며, UEFA도 2024~2025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참가 팀을 32개에서 36개로 늘리고, 경기 수를 대폭 늘리는 경쟁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변화로 특히 톱클래스 선수들의 연간 경기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선수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일부 구단들은 자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시즌 중 선수들에게 휴가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선수들의 체력 회복과 부상 예방을 위한 조치로, 다른 구단들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선수 로테이션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팀당 최대 출전 경기 수를 제한하는 등의 규정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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