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가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산적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폴리티컬 디스카운트(political discount·정치적 문제에 따른 평가절하)’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정권에 상관없이 일관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지난해 12월 26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신년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경제발전을 위해 향후 1~2년간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경제성장률 둔화와 수출 감소 우려에 직면했지만 유럽이나 중국 등 주요국도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인 만큼 단기 처방보다는 ‘폴리티컬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화·금융 시스템 전문가이자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연구한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 석학인 아이컨그린 교수는 한국의 분열적 정치 문화와 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당면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 국민은 좌파와 중도파·우파로 갈라져 있고 어떤 정부도 지속적으로 다수당을 형성할 만큼 강하지 않다. (대통령 취임) 2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에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을 수립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일관된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탄핵 이후 닥칠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선거가 언제 치러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결국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굉장한 일(great thing)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기업 차원에서도 오너 중심의 기업 경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창업가가 외부 투자자보다 더 많은 통제권을 갖고 있어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오랫동안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