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클래식 사용법

2025-04-15

몇년 전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 SBS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에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코너 제목은 ‘클래식 사용법’이다.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강연 요청을 받으면 가장 먼저 제안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클래식 사용법’의 핵심은 간단하다. ‘클래식은 감상하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 일상에서 직접 활용해보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아침을 먹을 때 들으면 좋은 클래식, 혹은 운동할 때 즐기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하는 식이다. 클래식을 어려워하거나 지루해하는 사람이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도록 마음의 벽을 허물어주는 나만의 대표 콘텐츠다.

‘클래식 사용법’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어느 한분의 질문으로부터였다. 질문의 요지는 클래식이 좋은 건 알겠는데 이상하게도 들을 때마다 잠이 온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뭔가 번뜩였다. 그렇다면 잠자기 전이나 잠이 안 올 때 들으라고 답변했다. 그는 그렇다면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으나 나는 굳이 끝까지 다 들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음악은 이미 충분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도구다. 도구는 각자 편의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다.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원래 그렇게 클래식과 친숙해지는 것이다. 클래식이 지금이야 고전 작품이지만, 당시엔 대중음악이거나 기능성 음악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클래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클래식 사용법’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클래식을 사용하기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잠잘 때 혹은 잠이 오지 않을 때다. 이럴 때 내가 사용하는 음악은 독일 음악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이 음악의 작곡 배경을 두고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1740년대 바흐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저링크 백작은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바흐에게 자신이 잠들 때 들을 만한 음악을 작곡해달라고 의뢰했다. 바흐는 하나의 멜로디를 다양하게 연주하는 변주곡 형식을 사용해 음악을 작곡하게 된다. 대사의 집에는 건반 연주자 한명이 상주하고 있었는데 그 연주자의 성이 골드베르크였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러한 사연으로 탄생했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곡가의 작곡 의도를 파악하고 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에는 그 음악의 활용 방법도 포함된다. 밤에 잠이 안 온다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잠을 청해봐도 좋다. 이것이야말로 작곡가의 의도대로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결국 클래식과 친해지는 방법은 공부가 아닌 활용이다.

나웅준 콘서트가이드·뮤직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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