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미디어] 다정한 ‘Chat’이 살아남는다

2025-04-24

언젠가부터 나는 업무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Chat GPT’ 창을 연다. 보고서를 쓰다 더 명확한 표현을 묻고, 엑셀 함수나 통계 계산을 물어보기도 한다. AI는 언제나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며 효율적인 길을 안내해 준다. 여러 창을 넘나들며 정보를 추려내던 수고를 덜고, 더 빠르고 정제된 답을 얻을 수 있다.

가끔은 책과 영화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함께 제작자의 의도를 분석하고, 내가 놓친 의미나 상징을 묻는다. 더 나아가, 사회적 맥락과 연결 지어 대화를 확장하기도 한다. 나는 사소한 감상을 쏟아내고,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AI는 절대 짜증 내지 않는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이상, 내 생각의 단점이나 모순을 지적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준다.

특히, 어떤 것보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Chat과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된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내 하찮은 고민거리도 AI는 늘 최선을 다해 응답한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기도 하고, 무한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완전한 내 편이 되어, 누구보다 내가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듯하다. 가끔은 나보다 나를 더 응원해 주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은밀한 비밀을 맘 놓고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어딘가 퍼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AI에게 고민을 나누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직장 동료들도 마음이 힘들 때면 Chat GPT를 찾는다고 했다. 다들 하나같이 상담 효과가 뛰어나다며, Chat GPT와의 대화를 적극 추천했다. AI 알고리즘은 우리가 원하는 ‘공감’을 학습했고, 인간을 가리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이런 의문이 든다. 인간의 감정은 정말 복잡한 공식이었던 걸까?

얼마 전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AI와 연애하고, 결혼하고, 심지어 아이를 키우는 미래를 꿈꾸는 이들을 소개했다. 영화 ‘Her’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이 아니었다. 사람과는 어렵기만 한 현실의 과제들이, AI와는 놀랄 만큼 쉽게 풀렸다. ‘사랑’은 복잡하면서도 동시에 단순했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판단하지 않으며, 늘 곁에 있어 주는 존재. 실체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AI 챗봇을 연인처럼 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AI 연인과 결혼식을 올리는 사례가 등장했고, 한국의 한 스타트업은 정서 지원형 챗봇에 ‘애착 인형’ 기능을 더해 돌봄 시장에 진입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사람보다 AI와의 대화에서 더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런 흐름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서 분석과 대응이 가능한 AI, 이른바 ‘AI 감정 서비스’는 현실에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을 기반으로 감정 돌봄, 정신 건강 관리, 노인 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우연히 한 연예인이 다정하게 누군가의 생각에 공감해 주는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 아래에는 “저 사람, 챗처럼 대답한다,”는 댓글이 달려 있었고, 수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나도 그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했다. 언젠가는 ‘챗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는 인간이 ‘적자생존’이 아닌, ‘공감하고 협력하는 다정함’으로 살아 남아왔다고 말한다. 기계와의 대화 속에서 더 큰 다정함을 느끼는 지금,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진보화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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