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인 ‘선 밸리 콘퍼런스’ 올해 행사에 참석한 뒤 14일 귀국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새벽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한 이 회장은 출장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여러 일정을 하느라 피곤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에 관한 질문에는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현장을 떠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55.9% 급락한 4조6000억원에 그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하락과 미국의 대중 제재에 따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설비 가동률 하락 등 반도체 사업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9~1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 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선 밸리 콘퍼런스’에 참석차 미국을 다녀왔다. 해당 행사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코 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초 주최해온 국제 비즈니스 회의로, 정식 명칭은 ‘앨런&코 콘퍼런스’다. 비공개 행사지만 글로벌 미디어와 정보통신업계 거물들이 주요 초청 대상자여서 ‘억만장자 사교클럽’으로도 불리며 주목받는다.
올해 행사에는 아마존의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도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등 주력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경영 행보 구상을 다듬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꾸준히 참석했다. 특히 2014년에는 선 밸리에서 애플의 쿡 CE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했다.
이 회장은 구속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 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17년부터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 수감 등으로 선 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은 오는 17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