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은 논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맹자와 순자 이전 인물인 공자의 말이기 때문에 이 구절을 성선설이나 성악설과 연계하여 너무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정약용 선생은 선인과 악인은 본래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습(習)’ 즉 ‘익혀 습관화한 것’으로 인하여 구별된다면서 이 구절을 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을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했다. 『논어』가 일상 속의 진리를 담은 대화를 모은 책이라는 점에 비춰본다면 정약용 선생의 해석이 공자의 본뜻에 좀 더 가까운 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유이염(目濡耳染, 濡·젖을 유, 染·물들일 염)’이라는 말이 있다. ‘눈에 젖고 귀에 물든다’라는 뜻이다. 태어날 때는 서로 비슷했지만 ‘목유이염’한 것에 익숙해지는 ‘습(習)’으로 인하여 선악의 차이는 물론 능력의 우열도 생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악에 젖지 않고 열등한 것에 물들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옛사람들이 겨울에도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 소나무·대나무를 심고,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설중매(雪中梅)를 가꿨던 것도 소나무·대나무·매화의 의지를 ‘목유이염’함으로써 ‘습상원’의 효과를 얻기 위함이었다. 깨끗하게 살려면 주변 청소를 잘해야 하리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