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C의 역설 원리

　VOC(Voice of the Customer: 고객의 목소리)의 역설 원리란 고객이 말로 표현하는 표면적 니즈와 실제로 원하는 잠재적 니즈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분석하여 진정한 요구를 파악하는 원리이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VOC를 경청하지만, 고객은 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기에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VOC의 실패 사례를 통해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해보자.

　첫 번째 사례는 맥도널드 버거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지방의 버거가 비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1991년 맥도널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이 햄버거의 기름기가 비만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에 맥도날드는 기존 버거 대비 지방 함량을 91% 줄인 맥린(McLean) 버거를 출시했다. 여기서 Lean은‘지방이 적은’이라는 뜻으로, 맥린 버거는 저지방 버거를 의미한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기존 버거와 맛에서 큰 차이가 없어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렇다면, 맥린 버거는 어떻게 제조되었을까? 기름을 제거하는 대신, 해초에서 추출한 카라기난을 이용한 특수 소스를 사용하여 맥도날드의 표준인 1cm 두께의 고기 패티를 유지했다. 또한, 맥린 버거의 칼로리는 기존 맥도널드 버거보다 40~50%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기존 제품과 동일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하게 만들었다면 고객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맥린 버거는 낮은 판매량으로 인해 몇 년 만에 단종되었다. 추가적인 조리 방식과 패티 제조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당한 금전적 손실도 발생했을 것이다. 도대체 왜 실패했을까?

　그 원인은 바로 고객의 역설적 소비 심리에 있다. 고객은 인터뷰에서 이성적으로 답변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감성적인(emotional) 선택을 한다. 맥도널드 고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맥도널드 버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정크푸드(junk food)를 먹기로 결정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건강보다 기름진 버거(greasy burger)의 맛이었다. 이는 라면이나 술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맛의 만족감 때문에 반복적으로 찾는 것과 유사하다. 맥린 버거는 고객들이‘건강한 버거는 왠지 맛이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실패했다. 이는 제품의 결함보다 마케팅 전략의 실패였다.

　두 번째 VOC의 실패 사례는 연기 없는 담배이다.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 고객들이 담배 연기를 가장 싫어한다는 VOC를 기반으로 1조 원을 투자하여 1988년에 Premier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숯(charcoal)을 가열해 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4개월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제품이 왜 실패했을까? 담배는 기호식품이므로, 맛과 가격 측면에서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담배 맛은 어떠했을까? 이 제품은 숯을 가열하는 방식이어서 흡입 시 특유의 숯 냄새가 났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특유의 타는 냄새가 없어 마약 탐지견이나 사람의 후각으로도 식별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마약 운반에 악용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둘째, 가격은 어땠을까? 투자금 회수를 위해 가격이 기존 담배보다 많이 비쌌다고 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패 원인이 드러난다. 연기 없는 담배는 누구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제품이었을까? 비흡연자들은 연기를 싫어한다고 답했지만, 정작 맛과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흡연자에게 Premier는 그저 비싸고 맛없는 담배에 불과했다. 결국, 연기 없는 담배는 비흡연자들에게만 반가운 제품이 되고 말았다.

　이상의 두 사례는 VOC를 단순히 표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의사 결정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고객의 내재된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평생학습이 강조되는 시대에, VOC의 역설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경험 디자인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송해근<전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미네르바학부 교수> 　(https://www.jj.ac.kr/minerva, qicsong@jj.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