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9월 미국 원정에 나선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 미국(15위)과 멕시코(13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한국(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다. 9월 미국 날씨는 여전히 덥다. 두 차례 평가전은 월드컵을 앞둔 실전형 시험대다.
내년 월드컵 방식은 이전과 다르다. 참가국 수가 48개로 늘어난다. 추가된 유럽, 남미 참가국은 한국보다 전력이 앞선다고 봐야 한다. 한국보다 실력이 뒤지는 아시아 국가와는 대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48개국으로 늘어난 것이 한국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은 셈이다.
조별리그에서 3경기를 치러 통과하면 곧바로 16강이 아니라 32강 진출이다. 한국이 목표로 삼은 8강까지 가려면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2강·16강 등 총 5경기를 치러야 한다. 체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월드컵 기간 미국 날씨가 매우 덥다는 것은 이미 FIFA 클럽 월드컵을 통해 확인됐다. 빈틈없는 조직력과 변함없는 내구성, 주전과 비주전 간 고른 기량이 더 중요하다.
한국이 마주한 과제는 명확하다. 지금 평가전을 이기는 것보다 내년 월드컵에서 ‘강호와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전사’를 키워야 한다. 손흥민(33·LAFC), 김민재(29·뮌헨), 황인범(29·페예노르트), 이재성(33·마인츠) 등은 이미 커리어 완성 단계에 있다. 30세 전후 선수들은 요령과 경험은 늘지만 경기력이 크게 성장하지는 않는다. 베테랑에게 중요한 것은 컨디션 조절, 부상 방지, 체력 비축이다. 반면 배준호(22·스토크시티), 오현규(24·헹크), 이한범(23·미트윌란), 정상빈(23·세인트루이스),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 등은 큰 경기를 치를 때마다, 큰 경험을 할 때마다 부쩍 성장할 나이다.

오는 12월 예정된 월드컵 조 추첨에서 포트 배정은 FIFA 랭킹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23위 한국은 2번 포트와 3번 포트 경계선에 있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28위) 등 개최국과 FIFA 랭킹 상위 9개 팀이 1번 포트에 들어간다. 한국이 1번 포트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2번 포트, 3번 포트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이 2번 포트에 들어간다고 해서 3번 포트에 있는 강호를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 전력이 3번 포트 국가들보다 앞선다는 보장도 없다. 조 추첨 시점에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위한 마지막 플레이오프를 남긴 몇몇 예비 진출국도 있다. 즉, 포트 배정과 조 추첨은 인간의 노력보다 행운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신의 영역’이다.

한국은 FIFA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전들을 중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베테랑을 계속 뛰게 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이겨도 우리는 더 중요한, 젊은 선수들이 강호와 맞대결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 이기기 위해 베테랑을 계속 쓰는 것은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은 평가전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무조건 젊은 피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내년 월드컵에서 강호와 맞서 1m 더 뛰고, 1초 더 버티고, 찰나의 순간 더 빨리 움직이며 겁 없이 싸울 전사다. 젊은 전사들이 크게 성장해 손흥민, 황인범, 이재성의 기량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수록 한국의 승산은 높아진다.